송민경 변호사

변호사.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2006년 판사로 임관해 16년 동안 법관 생활을 했다. 올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마지막으로 법복을 벗으며 에세이 ‘법관의 일’(문학동네)을 펴냈다. 무거운 직분과 평범한 일상 사이를 오가는, 법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의 진솔한 ‘사는 법’을 책에 담아낸 그가 번뇌에서 벗어나 ‘훌쩍 여행을 떠나게 하는 책 5권’을 추천했다.

소싯적에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초식남 일상의 평온한 루틴이 깨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프루스트의 말대로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 아니던가. 그런데 나이가 드니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일과 새로운 시각을 갖는 일 사이의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는다. 여행은 풍경을 멀찍이서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시선과 함께)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선(禪)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이라는 기괴한 제목의 책은 여행이 내포한 두 계기, 즉 풍경(객체)과 시선(주체)이라는 계기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기묘하게 맞물려 있는 책이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미네소타에서 캘리포니아까지 횡단하는 여행기의 형식을 띤 이 책은, 한편으론 동서양 철학의 오랜 주제인 주체와 객체의 관계를 탐구하는 철학서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을 지인들과 방문한 어느 와인 레스토랑의 높은 선반에서 우연찮게 발견했는데, 최근 이 책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요즘같이 좋은 가을날 아침 이 책을 읽다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면 어딘가로 훌쩍, 그것도 모터사이클(어울리지 않는다면 베스파(스쿠터)라도)을 타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