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아람 Books 팀장

“사전은 지금은 내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더라도 앞으로 지식에 부족함을 느낄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책이다. 다시 말해 지금 무언가를 알기 위해 읽는 책이 아니라 앞으로 모를 것에 대비해 소장하는 책이다.”

번역가 홍한별씨가 쓴 ‘아무튼, 사전’(위고)에서 읽었습니다. 학창 시절 보던 손때 묻은 사전을 아직 가지고 있습니다. 국어와 영어, 옥편은 물론이고 불어와 일본어, 중국어, 라틴어, 끝내 배우지 못한 독일어, 심지어 ‘수학공식활용사전’까지. 사전을 버리면 그를 통해 습득한 언어까지 휘발돼 버릴 것 같아 차마 버리지 못했습니다. 특유의 얇디얇은 종이가 손상되지 않게 살그머니 넘겨가며 단어의 뜻을 짚어가는 순간을 사랑합니다. 찾아본 단어에 밑줄을 그어 만남을 기록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정작 필요한 순간엔 인터넷 사전을 이용하지만 부적을 간직하듯, 종이 사전을 지니고 있습니다.

홍한별씨는 책에서 언어에 대한 애정과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교직시켜 이야기합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뇌경색 후 논리와 기억과 언어를 잃어가면서도 그리스어 공부를 시작하던 모습을 추억합니다. “아버지는 기묘하게 생긴 그리스어 알파벳을 노트에 옮겨 적고 날마다 외웠다. 언어를 잃어버리는 병에 걸린 아버지는 날마다 단어를, 생각을 놓치고 있으면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려고 했다.” 책은 이렇게 끝납니다. “내가 제아무리 열심히 단어를 모으고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챙겨 보아야, 내가 잃어버리고 놓치는 단어의 수는 하루하루 점점 늘어난다. 내 사전은 점점 더 얇아지다가, 어느 날에는 수명을 다할 것이다. 각 단어에 얽힌 나의 기억, 경험, 감정, 느낌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될 것이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