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을 위한 선물
프란체스카 피로네 지음·그림 | 오현지 옮김 | 피카 | 32쪽 | 1만4000원
창밖에 사락사락 첫눈이 내린다. 이제 긴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꼬마 돼지는 다락방을 정리하다 뜻밖의 물건을 발견한다.
“이것 봐, 털실 뭉치네. 친구들한테 따뜻한 옷이 있으면 눈 속에서 다 같이 신나게 놀 수 있겠지.” 돼지는 생각했다. “털실 뭉치는 모두와 나눠도 될 만큼 충분할 거야!”
꼬마 돼지는 한 명씩 동물 친구들을 찾아간다. 흰 토끼에겐 새봄 들판을 닮은 초록색 털실 뭉치를 건넨다. 고양이에겐 윤기 흐르는 검은 털에 딱 어울릴 빨간색 털실이다. 작은 새에겐 하늘을 닮은 파란색, 생쥐에게는 맛난 치즈 같은 주황색…. “너만을 위한 선물이야.” 꼬마 돼지가 건넨 털실 선물로 친구들은 저마다 스웨터를 짜기 시작한다.
겨울 추위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온다. 하지만 그 추위를 견딜 옷도 모두 공평하게 가진 건 아니다. 털실 뭉치를 앞에 두고 꼬마 돼지는 친구들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꼭 큰 선물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필요한 건 내게 있는 작은 것을 나누려는 마음이다.
집에 돌아온 꼬마 돼지는 깜짝 놀란다. 친구들한테 나눠주느라 털실 뭉치가 동나 버린 것이다. “아, 나는 이제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견디지?” 이 착한 이야기의 끝에는 가슴 따뜻한 반전이 기다린다. 혼자 차지하는 큰 행복보다 여럿이 나누는 작은 행복을 선택한 지혜로운 동물들이 친구 꼬마 돼지를 위해 만들어낸 반전이다.
저마다 요란한 색과 선을 자랑하는 그림책들 사이에서, 채우기보다 비우는 이 책의 그림은 오히려 편안한 느낌이다. 펜화의 선도 간결하지만 표현력이 풍부하다. 절제된 그림 속에서 동물 친구마다 다른 털실의 색이 느낌표를 찍듯 선명하게 도드라진다. 쌀쌀한 가을에 아이와 함께 읽기 좋은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