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아람 Books 팀장

SF를 즐기지 않습니다. 특히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SF를요. 그런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외계 생물’이 어렵고 낯설어서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인간의 이야기만 읽기에도 삶이 빼곡한데 ‘저 어딘가’의 이야기까지 읽어야 하나,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오래 궁금했습니다. 이상한 생물이 나오는 낯선 이야기에 사람들이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SF 소설가 김초엽의 첫 에세이집 ‘책과 우연들’(열림원)을 읽다가 ‘SF를 쓰고 읽는 마음’의 단초를 이해할 만한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어쩌면 좀 과다하게 부풀려진 인간 존재의 중요성을 조심스레 축소해 제자리에 돌려놓는다는 점에서, 인간의 지각과 감각의 한계를 잠깐이라도 넘어보도록 요구한다는 점에서, SF는 인간중심주의라는 오랜 천동설을 뒤집는다.”

김초엽은 말합니다. “SF를 읽으며 인간이 잠시 변두리에 놓이는 경험을 한다고 해도 그것이 우리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고요. “우리는 인간이 비인간 존재들과 동등하게 다뤄지는 수많은 이야기를 읽다가도 이건 결국 인간 이야기인데… 하며 아늑한 천동설의 세계로 돌아온다. 그것이 우리가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이고, 우리는 그 한계로부터 완전히 떠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SF가 수행하는 그 불완전한 시도들을 좋아한다.”

‘불완전한 시도들’이라는 말에 밑줄을 그어봅니다. ‘비인간 존재’를 다루는 SF라는 불완전한 시도를 하면서, 인간은 오히려 더 인간다워진다고 생각합니다. 결말이 불완전할 것을 알면서도, 완전함에 조금 더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존재가 인간이니까요. 불완전한 인간을 완전한 존재인 신(神)과 마찬가지로 ‘위대하다’ 평하는 것은 결국 그 불완전성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