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웬디 미첼 지음|문예춘추사|260쪽|1만6000원

“치매에 걸리셨습니다”. 이 소리를 들은 직후라면 세상이 끝난 것만 같을 것이다. 그러나 더 힘든 순간은 다음 날 아침에 올지도 모른다. ‘오늘부턴 치매와 함께 일상을 살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마주했을 때 말이다.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은 그 순간을 견디며 저자가 치매와 함께 보내 온 일상을 세세히 기록한 것. 20여 년 동안 영국국민의료보험(NHS)에서 일해온 저자는 2014년 58세란 이른 나이에 ‘조기 발병 치매’를 진단받았다. 병증이 심해지면서 말을 하기 어려워진 저자에게 글쓰기는 다소 병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줬지만 “정상적인 문장”을 만들며 스스로 위안을 얻는 탈출구이기도 했다.

저자는 특히 ‘치매 진단’에는 관심이 크지만, “치매 진단 후에도 즐길 수 있는 삶”에는 무관심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저자 역시 치매로 인해 포크질이 서툴러져 음식을 질질 흘리는 순간이, 길조차 혼자 찾기 어려워진 자신이 창피할 때가 있었다. 그럼에도 저자는 치매로 인한 불편함을 우리가 이미 지나온 ‘어린 시절의 서투름’에 비유하며 당장 눈앞의 행복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오늘 치매에 걸려도, 우리는 또 다시 내일의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