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토끼
최영아 지음·그림 | 북극곰 | 44쪽 | 1만5000원
단정한 한옥집 마당, 토실토실 보드라운 토끼 도련님이 올려다본 하늘에 둥근 달이 떴다. 웃으며 손 인사를 나누는데, 아뿔싸! 별똥별이 달에 부딪혀 조각 하나가 땅으로 떨어진다. 마당 연못에 ‘퐁당’ 떨어진 달 조각을 주워든 토끼. 울상이 된 달님에게 이 조각을 돌려주려 어린아이다운 방법들을 생각해낸다.
이불과 병풍을 가져다 널을 뛰어 달 조각을 하늘로 올려 보지만 살짝 모자란다. 토끼는 청사초롱을 들고 뒷동산으로 올라가 버드나무 제일 높은 데 걸린 그네로 달님에게 다가가보려 한다. 역시 살짝 모자란다. 상심해 울먹이고 있을 때, 개구리가 눈물을 닦아주려 폴짝폴짝 뛰어오른다. 그 모습을 보고 토끼는 달님에게 가닿도록 더 높이 뛰어오를 멋진 방법을 생각해낸다.
옛이야기 속 토끼는 어떻게 달에 살게 되었을까. 기획에서 출간까지 5년간 다듬고 또 다듬었을 이야기가 세밀하고 탄탄하다. 토끼가 우리 전통놀이 방식으로 깡충깡충 뛰어오를 때마다 만화처럼 칸을 나누고 연속 동작을 그려 넣어 활동사진 같은 움직임이 느껴진다.
가만히 오래 들여다보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이는 책. 작가는 직접 배운 우리 민화의 아름다움을 첫 창작 그림책 안에 녹여 넣었다. 나무와 풀, 연못의 연꽃과 하늘 위의 구름 등 배경의 디테일부터 방 안의 병풍과 가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전통 색채와 문양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돼 부드럽고 곱게 담겼다.
달님과 토끼, 개구리와 물고기까지 캐릭터 하나하나의 표정도 살아 있다. 잔뜩 기대하며 애쓰다가 실망해서 훌쩍이고, 마침내 달님과 토끼가 함께 활짝 웃기까지 책장을 넘기던 사람도 자꾸만 슬쩍슬쩍 웃게 된다. 글 없는 그림책인데도 귀 기울이면 재잘재잘 주고받는 이야기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