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자리
김유진 지음·그림 | 책읽는곰 | 48쪽 | 1만4000원
초등학생 서우의 별명은 ‘북이’. 거북이를 줄인 말이다. 뭐든 조금씩 딴 애들보다 느려서 붙은 별명. 이어달리기 경기가 있던 날도 열심히 뛰었지만 결과는 별로였다.
“우리 반이 이길 수 있었는데!” “그러게 말이야, ‘북이’만 아니었어도….” 쑥덕대는 아이들 말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빨개진 얼굴을 들킬까 모자를 푹 눌러쓰고 집에 가는 길, 새로 문 연 가게 ‘달빛 수족관’을 만난다. 날쌔게 헤엄치는 물고기들 사이, 서우는 빼꼼 고개를 내민 거북이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빠른 아이가 있으면 느린 아이도 있다. 수학 잘하는 아이도 노래 잘 부르는 아이도 있다. 서툰 일을 해야 할 때 아이는 쉽게 풀이 죽는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어른들의 말, 앞뒤 재지 않는 아이들끼리의 말도 상처를 입힌다. 아이에게도 외로울 때 쉴 수 있는 어딘가, 힘들 때 위로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날 밤 서우는 제일 자신 있는 종이접기로 거북이를 만들었다. 서랍 한 칸을 비워 파란 종이로 물속처럼 꾸민 뒤 종이 거북이를 놓았다. 그때, 서랍 속의 바다가 꿈틀대기 시작한다. 서우가 풍덩 뛰어든다. “빨리 가는 것보다 같이 가는 게 더 재밌다”고 말해주는 종이 거북이가 서우를 바닷속 세상으로 데려간다. 이제 서우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아껴줄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색깔도 선도 부드러운 수채화 그림이 참 곱고 예쁜 책. 액자에 넣어 방에 걸어두고 싶어진다. ‘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 이현아 대표는 “제 힘으로 숨 틔울 공간을 찾을 줄 아는 아이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며 “오늘도 달빛 아래 서랍을 열고 앉아 하루 치 고민과 한숨을 스스로 보듬을 어린이에게 단단한 위안이 되어줄 그림책”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