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30대에 들어서야 평소 좋아했던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독서 에세이 ‘매일 읽겠습니다’와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을 담은 ‘이 정도 거리가 딱 좋다’를 통해 이름을 알린 황보름. 평범한 동네 서점에서 벌어지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클레이하우스)를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전하는 그가 편안하고 재밌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키득 웃으며 보게 되는 책’ 5권을 추천했다.
글을 쓸 때면 유머 한 꼬집을 어느 문장에 넣을지 진지하게 궁리한다. 독자가 내가 쓴 문장 곁에서 키득 웃음을 터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꿈꾸는 미래 모습 중 하나는, 유머를 잘 다루는 작가다.
그런 의미에서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산문집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의 표제작은 나의 바이블이다. 원고 청탁을 받은 작가가 평소 관심도 없던 호화 크루즈를 탄다. 7박 8일의 여정에서 그는 열심히 멍청하고, 열심히 삐딱하며, 무엇보다 열정적으로 웃긴다. 시야에 잡힌 모든 호화롭고 찬란하고 파랗고 하얗고 늙고 어리고 친절하고 어리석은 대상들을 사진처럼 펼쳐 보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오감을 자극하면서도 한없이 유머러스한 이 글을 읽고 나는 그에게 푹 빠져버렸다. 내가 유머 한 꼬집을 포기 못하는 이유다. 날 웃게 해주는 사람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