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향한 탈출
크리스틴 풀턴 지음 | 토르벤 쿨만 그림 | 이승숙 옮김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56쪽 | 1만5000원
엄마는 나일론 천을 한 번에 2~3m씩 사들였다. 아빠는 한 번에 10L씩 연료를 샀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다락에 재봉틀을 놓고 밤마다 조용히 천을 깁고 이어붙였다. 1970년대 말, 동서독 국경 지대의 동독 측 작은 도시에 살던 베첼 가족은 직접 열기구를 만들어 장벽을 넘기로 결심했다. 막내 페터는 여섯 살이었다.
가진 정보는 서독 신문에서 오려낸 열기구 사진 한 장뿐. 필요한 연료와 견뎌야 할 무게, 올라가야 할 높이 같은 계산도 직접 했다. 눈치챈 비밀경찰 슈타지 요원들이 추적해왔다. 서둘러야 했다. 1979년 9월 16일 새벽, 지름 18m, 높이 27m의 열기구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지금 당연한 것들이 늘 그러했던 건 아니다. 2차 대전 뒤 1448㎞ 장벽이 독일을 둘로 나눴을 때, 그 벽 뒤에 갇힌 동독인 1700만명에게 자유는 목숨을 걸어야 얻을 수 있는 가치였다. 수많은 사람이 탈출을 시도했다. 벽 아래에 굴을 파거나, 발트해를 헤엄쳐 우회했다. 그러다 많은 이가 목숨을 잃었다. 오직 자유를 얻기 위해.
다큐멘터리 영화 같은 그림이 백마디 말보다 더 강렬하게 자유를 향한 갈망의 깊이를 마음에 아로새긴다. 300m 단위로 기구가 높아질 때마다 비밀경찰의 추적, 열기구의 천이 찢어지고 연료가 바닥나는 긴박한 순간들이 교차한다. 24㎞를 조금 넘는 거리, 장벽을 넘어 자유를 되찾는 여정에는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베첼 가족이 목숨을 걸고 넘었던 장벽은 1989년 11월 무너졌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로 가른 휴전선은 그대로이고, 여전히 북한 주민들은 자유를 찾아 탈출한다.
베첼 가족의 이야기는 영화 ‘심야의 탈출’(1981), ‘벌룬’(2018)으로도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