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만물관
피에르 싱가라벨루·실뱅 브네르 엮음ㅣ김아애 옮김ㅣ윌북ㅣ428쪽ㅣ2만2000원
콘돔은 대중적 소비재로 자리 잡은 20세기 초만 해도 점잖지 못한 상품이었다. 프랑스인들은 앙숙의 감정을 담아 콘돔에 ‘영국군용 외투’라는 별칭을 붙였고, 영국인들은 ‘프랑스 글자’라고 부르며 응수했다. 브랜드 경쟁도 시작됐다. 일본이 두각을 드러냈다. 1960년대 말 전 세계 생산량의 35.5%를 차지할 정도였다. 콘돔은 성병 예방의 상징이 됐고, 홍보를 위해 한 시민 단체는 1993년 프랑스 콩코드 광장의 거대한 오벨리스크에 콘돔을 씌우기도 했다.
77가지 사물에 깃든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샴푸·비데·풍선껌·여권…. 저자는 “일상을 구성하는 사물들의 지역적 연원은 생각보다 다채로우며 선입견만큼 서양에 편중돼 있지도 않다”고 밝힌다. 축구공의 경우 초기 영국산이 많았으나, 20세기 초 프랑스 수공예 장인을 거쳐, 1970년대부터 아시아로 넘어왔다. 2000년대 파키스탄 펀자브주 시알코트에서만 지구상 축구공의 80%가 제작됐다. 아동노동 등의 그늘을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