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두더지의 여름 | 김상근 지음·그림 | 사계절 | 56쪽 | 1만4000원

두더지네 숲에도 여름이 왔다. 두더지라면 땅을 잘 팔 줄 알아야 하는데, 오늘의 주인공 두더지는 영 땅파기에 취미가 없다. “맨날 길도 잃고, 흙도 먹고…. 땅속에선 무서운 생각도 난다고!”

게다가 동물 친구들은 모두들 여름휴가 중. 기분 전환 겸 숲속 나들이에 나선 두더지는 둥글둥글 등딱지가 귀여운 거북이를 만난다. “거북이는 바다에 산다던데… 길을 잃었나 봐. 거북아, 나랑 같이 바다에 갈래?” 두더지와 거북이는 바다를 향해 함께 뜻밖의 여정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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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길 위에서 친구는 큰 힘이 된다. 수풀이 우거져 으스스한 깊은 숲속도 함께라면 훨씬 덜 무섭다. 두더지는 좌충우돌 땅 속으로 굴을 파며 거북이와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 둘의 여정은 땅속 동물 친구들의 보금자리 사이를 지나, 곰 아저씨네 욕실로, 동물들이 가득한 수영장으로, 생쥐군과 하마양의 결혼식장으로 좌충우돌 이어진다. ‘쿵작작’ 왈츠를 추듯 리듬감 넘치는 전개다.

그리고 마침내 커다란 푸른 고래가 헤엄치는 바다, 먼 수평선 위로 곱게 지는 해. 수줍게 작은 소리로 말하는 거북이에게 귀 기울였을 때, 헤어져야 하는 줄만 알았던 두 친구 사이에 작은 기적이 일어난다. 이 여름의 바다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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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 있는 그림의 힘이 놀라운 책. 스쳐가는 작은 동물 하나하나에 상상력의 공간을 부여하고, 허투루 버리는 존재 없이 생생하게 표정을 살려낸다.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더 많은 이야기들이 들려오는 듯하다.

서로 다른 둘이 만나 친구가 되는 인연의 소중함, 타인을 배려하고 마음 쓰는 일의 소중함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으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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