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하우스

비비안 마이어|앤 마크스 지음|북하우스|480쪽|3만2000원

2007년 미국 시카고 경매장에서 필름으로 가득 찬 상자 하나가 팔린다. 이 필름과 무명(無名)의 주인은 2011년 전시회로 공개된 뒤 다음의 수식어를 얻었다. ‘20세기 가장 유명한 보모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1926~2009)’. 또 다른 애칭은 ‘거리의 사진가’였다. 거울에 비친 보모 차림의 자기 모습부터 거리에서, 또는 여행 중 만난 수 많은 표정들에서 찰나의 순간들을 생생히 포착해 찍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고마케팅경영자(CMO) 출신인 저자가 그간 ‘보모로 일했다’는 사실 정도만 알려졌던 비비안의 비밀스러운 삶을 샅샅이 훑었다. 미출간본을 포함한 비비안의 작품 400점도 함께 책에 실었다.

저자가 뉴욕 문서 보관소, 14만 장에 달하는 작가의 작품 등을 뒤져 조각조각 찾아낸 비비안의 삶은 한 편의 영화와도 같다.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 까다로운 엄마, 조현병 환자인 오빠와 함께 자라며 생긴 저장 강박증, 이 때문에 자신의 사진, 신문 등 각종 물건을 시카고의 8톤짜리 창고에 닥치는 대로 저장한 과거까지. 기구하면서도 예술적 영감이 살아 숨 쉰 이 여성의 삶을 저자는 이렇게 평했다. “비비안에게 사진은 그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었다. 세상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 촉진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