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는 사람들
샘 밀스 지음|이승민 옮김|정은문고|458쪽|2만1000원
버지니아 울프는 조현병을 앓았다. 남편 레너드는 지근거리에서 아내를 관찰하고, 의사를 선택할 때도 아내 의견을 우선시했다. 영국 소설가로 조현병 앓는 아버지를 간병하고 있는 저자는 말한다. “간병인의 역할은 고독한 의무 같기도 하다. 주위 모든 사람이 나비처럼 자유로이 사는데 이 세상에서 나 혼자만 간병이라는 제약에 시달린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나는 레너드를 우러러보게 되었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아내 젤다도 조현병을 앓았다. 스콧은 최고급 정신병원에 아내를 입원시키는 거로 자기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아내의 병이 길어지자 불륜과 알코올로 위로받는다. “그는 아내를 파멸시키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파멸시켰다.”
영어의 ‘간병(care)’은 비탄 또는 슬픔을 뜻하는 독일어에 어원을 둔다. 돌본다는 건 괴로움이 따르는 일. 저자는 스콧과 레너드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아버지에게는 내가 아버지 곁을 지키는 것, 오직 그것이 중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