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자폐인 ‘정훈’(오른쪽)을 변호하게 된 우영우(왼쪽)에게 정훈의 어머니는 “변호사님을 보니 우리 부부 마음이 조금 복잡했다. 변호사님도 정훈이도 똑같은 자폐인데 둘이 너무 다르니까 비교하게 되더라”고 말한다. 그린커는 “특별한 재능이나 천재성과 결부된 자폐증 유형만을 중시해서는 안 된다”고 썼다. /ENA

지난주 Books 지면에 로이 리처드 그린커의 ‘정상은 없다(Nobody’s Normal)’를 소개한 것은

절찬리에 방영중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떄문이라는 걸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정신의학과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책이 나오면 눈여겨보는 편인데

자폐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드라마 덕에 자폐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요즘 소개하면 좋을 책이라 생각했습니다.

저자인 그린커는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로, 정신보건을 연구하는 문화인류학자입니다.

자폐인 딸을 키운 것을 계기로 자폐증을 인류학적으로 분석한 책을 썼다는 이력, 정신과 의사인 아내 등등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어, 나 이 사람 아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 홈페이지를 검색해 보니, 2008년에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더군요.

당시 앞서 언급한 자폐증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 ‘낯설지 않은 아이들’이 한국에 번역 출간된 기념으로

서울에 온 그린커 교수를 만났습니다.

당시의 기사 첨부합니다.

["자폐증 딸 더 깊이 이해하려 책 썼어요"]

자폐증, 조현병, PTSD,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과 그 가족에게 덧씌워지는 사회적 ‘낙인’을 다룬 이 책에서

그린커는 어떤 증상은 ‘병’이라 이름붙이는 순간 ‘병’이 되며,

그 증상을 심각하게 볼 것인지는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를테면 아프리카의 부시맨 부족들은 부모가 죽으면 자폐가 있는 아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걱정하지 않는다는군요.

어차피 온 마을이 함께 아이를 돌볼 테니까요.

‘우영우’가 끝나더라도 자폐인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사그라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고 기사를 썼습니다.

[우영우가 이상한가요? ‘정상’과 ‘비정상’은 한 끗 차이]

‘모모’를 쓴 독일 소설가 미하엘 엔데의 말입니다.

‘모모’는 시간도둑에게서 시간을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소녀의 이야기.

번역가 다무라 도시오와의 대담집 ‘미하엘 엔데의 글쓰기’(글항아리)에서

엔데는 주인공 이름을 ‘모모’라 지은데 대해

“어린아이가 스스로 자기 이름을 짓는다면 뭔가 부드럽고 발음하기 쉬운 것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고 밝힙니다.

‘짐 크노프’, ‘끝없는 이야기’ 등 엔데의 작품은 대개 환상적인 모험을 주제로 하지요.

엔데는 “‘아서왕의 전설’을 떠올릴 때면 항상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말합니다.

글쓰기라는 모험이 괴롭고 힘에 부쳐 “안 되겠어. 더는 어쩔 도리가 없어” 하고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엔데는 ‘되돌아가는 건 수치다!’라며 자신을 타이른다고 하네요. 그래서 책을 쓸 때 아주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요.

Books 지면을 만들면서 책읽기의 의미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독서에는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읽는 이를 ‘다른 세계’로 데려가준다는 점에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그 세계를 충실하게 경험한 독자는 책장을 펼치기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곤 하지요.

결국 독서란 저자와 독자가 손을 맞잡고 함께 떠나는 모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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