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역사ㅣ존 캐리 지음ㅣ김선형 옮김ㅣ소소의책ㅣ524쪽ㅣ2만5000원
현존하는 인류 최고(最古)의 문학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길가메시 서사시’다. 왕으로 태어난 길가메시는 여러 모험의 와중에 영원한 생명의 비밀을 찾아 떠난다. 나룻배를 타고 죽음의 물을 건넌다. 영생의 존재 우트나피슈팀을 만나, 그가 일러준 대로 심해에서 불로초를 손에 넣었으나 뱀이 훔쳐 달아난다. 우트나피슈팀은 죽음을 비켜 갈 인간은 없다고 길가메시를 타이른다. 길가메시는 다시 삶으로 돌아온다.
“죽음을 이길 자는 아무도 없다고 우트나피슈팀이 길가메시를 훈계할 때 수백 년에 걸쳐 시라는 장르의 주요 화두가 될 내용이 역사상 최초의 문학적 진술로서 등장한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명예교수이자 부커상(賞) 심사위원을 지낸 저자가 이 책의 포문을 여는 핵심이다. 기원전 20세기부터 현재까지 시의 주요 역사를 정리해, 소멸하는 인간이 불멸의 언어를 낳는 신비를 추적한다. 셰익스피어가 쓴 소네트55처럼. “대리석도, 금박 입힌 군왕의 기념비도/ 이 힘찬 운율보다 오래가지 못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