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중부 도시 호이안에서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여름 휴가를 와 있습니다. 6월 초인데도 날씨는 대단합니다. 체감온도 40도 넘는 무더위에 땀을 뚝뚝 흘리며 코코넛 밀크와 얼음을 잔뜩 넣은 커피를 들이켰습니다. 카페 창 밖으로 강이 흐르고, 햇살 아래 푸른 논이 반짝이고 있네요. 오래전 읽은 책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물을 대놓은 평야가 까마득히 펼쳐져 있었고, 그 빛나는 초록색은 짙은 푸른색이다 못해 이내 하얗게 변해버리는 하늘과 잘 어울렸다.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벌써 더위가 짓누르는 듯했고 바람 한 점 없었다.”

크리스토프 바타유 소설 ‘다다를 수 없는 나라’(문학동네)는 18세기 말 포교를 위해 베트남으로 떠난 프랑스 수사와 수녀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사이공 인근에서 포교를 시작한 이들은 주님의 말씀을 더 널리 전하기 위해 중부 안남으로 들어가지요. 중국 당나라가 이곳에 안남도호부를 설치한 이래, 서구도 베트남을 그 이름으로 호명했다죠. 책의 원제가 ‘Annam(안남)’인 것은 그 때문입니다.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납니다. 고국은 선교단을 잊어버리고, 잊혀진 수녀와 수사는 베트남 농민들의 삶에 완전히 스며듭니다. 교화라는 소명을 내려놓게 되면서 이들은 역설적으로 신앙의 기쁨을 깨닫게 되죠. 바타유는 적었습니다. “농부들은 복음서를 경청했다. 그리고 여전히 계속하여 그들의 옛 신들을 믿었다. 베트남은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은 채 다 간직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영원 속에서 한데 뒤섞였다. 존재들은 논 위를 불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지나갔다. 논에 심어 놓은 벼가 그 즐거운 푸른색으로 허리를 굽혔다.”

강바람이 부네요. 지나가던 상인이 창으로 머리를 들이밀어 호객을 시작합니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야 할 시간. 이 편지는 여기서 줄여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