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만난‘뉴욕은 교열 중’저자 메리 노리스. 그는 잡지‘뉴요커’에서 25년간 교열자로 일한 경험과 영어 지식을 녹여 에세이를 썼다. 그는 “지면에 실리는 공적인 글은 제3자의 시각에서‘필터링’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마음산책

“저는 야구로 치면 유격수였죠. 에러 하나 저지르면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서 ‘오케이어(O.K.’er)’로 25년 동안 일한 메리 노리스(70)는 이렇게 말했다. 일종의 교열자인 오케이어는 뉴요커에만 있는 직군이다. 맞춤법과 어법에 국한되는 기계적 교열 업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글을 편집하고 게재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질의·교정을 하며 최종 결과물을 책임진다. 쉼표(콤마) 하나도 혼을 담아 넣고 뺀다고 붙은 그의 별명은 ‘콤마퀸’. 국내에서는 저서 ‘뉴욕은 교열 중’과 ‘그리스는 교열 중’으로 알려진 메리 노리스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았다. 강연 전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우리의 모토는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었다”며 “교열자는 무대 뒤편의 보이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가 주목받는 순간은 실수할 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케이어는 ‘자아(ego)’를 억누르면서 글의 세부 사항에 관심을 기울이며 자국어에 대한 헌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무대 뒤편에서 뛰는 그 같은 사람 덕분일까. 미국에는 ‘뉴요커에 실린 표현은 문법적으로 올바를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는 글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보수 꼰대’(old guard)를 자칭했다. “자칫하면 내가 허용한 형편없는 신조어, 그리고 예문으로 ‘오케이’한 문장이 사전에 실릴 수 있다”며 “신조어를 ‘오케이’할 때는 그 단어가 몇 년 뒤에도 쓰일 지속력을 가졌는지 따져본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날것 그대로의 글이 올라올 수 있지만 지면에 공식적으로 실리는 글은 제3자의 시각에서 ‘필터링’을 거쳐야 합니다”라고 했다.

누구나 글을 쏟아낼 수 있는 21세기에 ‘교열’이란 행위는 소돔과 고모라에서 의인을 찾는 일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노리스는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를 비롯해 정제된 글이 중요하다고 믿는 독자가 아직 많아요. 젊고 열정적인 편집자와 교열자들이 뉴요커에서 제 뜻을 이어가고 있어요. 글의 품질에 더 신경을 쓰는 우리가 결국은 이길 겁니다(We care more, so we will win).”

뉴욕타임스는 그를 ‘작가들이 두려워하는 뉴요커의 트로이카 교열자 중 한 명’이라고 표현했다. 그런 그도 처음부터 교열자가 되기를 꿈꾸지는 않았다고 한다.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당장 먹고살아야 했다. 수영장에서 발 무좀을 검사하고 우유를 배달하며 입에 풀칠하던 그는 뉴요커에 입사했고, 교열자로, 오케이어로 성장했다.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교열 경험 덕분이었다. 2015년 낸 ‘뉴욕은 교열 중’(마음산책)은 뉴요커에서 30여 년 동안 일하면서 겪은 일들을 영문법과 영단어와 연계해 풀어낸 직업 에세이다. ‘Between You and Me’(너와 나 사이에)라는 원제도 사실은 ‘제대로 쓰라’는 교열자의 외침이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조차도 ‘Between You and I’라고 틀리게 말하는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책을 낼 때까지만 해도 누가 교열 관련한 책을 볼까 궁금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단어와 사전을 좋아하는 내게는 우아한 문장을 익힐 수 있는 좋은 직업이었다”고 했다. 그는 두 번째 책 ‘그리스는 교열 중’을 쓰면서 예순다섯에 뉴요커를 퇴사했다. ‘콤마퀸’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을까. 그는 뜻밖에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렇지만 이어 답했다. “책상에 여러 사전을 펴놓고 푹 빠져 있을 수 있었던, 사방에 신간이 널려 있던 그 시절이 그립기는 하다.”

콤마퀸에게 느낌표란 무엇일까. “평생을 합쳐 느낌표는 3~4번만 써도 충분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