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탄 셀림

앨런 미카일 지음|이종인 옮김|책과함께|848쪽|3만8000원

오스만 제국은 1922년 몰락까지 6세기 동안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에 걸쳐 현재 기준으로 최대 33국에 해당하는 영토를 지배한 강대국이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대항해시대를 개척한 것도, 동방 무역로를 독점한 오스만 때문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유럽의 근대가 오스만 덕분에 탄생했다는 도발적 주장도 나온다. 로마 이후 지중해에서 가장 거대한 제국이었던 오스만이 잊혀진 것은 산업혁명 이후 주도권을 쥔 서구의 부상 때문이다.

‘정복왕’ 셀림(1470~1520)은 오스만 제국 전성기를 만든 주역이다. 술탄 바예지트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 셀림은 아버지가 후계자로 점찍은 이복형을 물리치고 제위에 올랐다. 오스만 최초로 현직 술탄인 아버지를 폐위시키고 즉위한 권력자였다. 중동과 아프리카, 카프카스에서 전쟁을 벌여 영토를 세 배나 더 확장했다. 피정복지엔 고유의 사회구조와 문화를 용인하고, 종교적 다양성을 인정해줘 제국의 통합을 이끌었다.

셀림의 유산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스만 제국 후손을 자처하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013년 보스포러스 해협에 세 번째로 놓일 다리에 셀림의 이름을 붙였다. 제국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야심 때문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 오스만 연구자 앨런 미카일 예일대 역사학과장의 2018년 저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