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적당한 수면과 알맞은 영양 섭취, 그리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춤, 요가, 수영 등 여러 답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중 단연코 가장 간단하면서 효과적인 방식은 ‘걷기’다. 너무 단순하기에 그 의미와 효능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다면, 아일랜드 출신의 뇌과학자 셰인 오마라가 쓴 신간 ‘걷기의 세계’(미래의창)를 권한다. 다양한 측면에서 인류의 뇌가 어떻게 ‘걷기’와 함께 진화하게 되었는가를 조명한다.
동물 중 대부분의 시간을 두 발로 서서 이동하는 것은 인간이 유일하다. 양손과 팔이 자유로워진 인류는 다양한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뇌의 진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인류는 뛰는 것보다 걷는 것에 더 익숙하기도 하다. 빠르게 뛰어도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는 높은 속도를 내지 못하지만, 하루에 수㎞씩 꾸준히 이동해 다른 동물들보다 훨씬 멀리 수천㎞까지 이동하고 탐험했다. 그렇게 인류는 아프리카로부터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아프리카의 속담 중 “빨리 가려면 혼자 걸어라. 그러나 멀리 가려면 함께 걸어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걸을 때는 발걸음이 자동으로 같은 템포로 맞춰지고 걷는 이들의 심박수와 호흡, 뇌파까지 일치하기 시작한다. 이는 ‘걷기’가 사회적 연결을 만드는 데도 효과적인 장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로운 생각을 하고 발견을 하는 창의성 역시 실내에 앉아 있을 때보다 야외에서 걷는 동안 더 잘 발휘된다. 자연 속을 걸으면 우리의 고갈된 주의력과 집중력이 다시 회복되기 때문이라는 영국의 연구가 있다.
선천적 시각 장애인과 후천적 시각 장애인, 그리고 눈이 보이는 대조군의 세 그룹에게 각각 새로운 장소로 걸어갔다가 돌아오게 시켰을 때 의외로 길을 기억하고 돌아오는 건 세 그룹 사이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우리가 길을 찾고 공간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시각보다도 ‘걷기’ 능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뇌는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몇 걸음이나 걸었는지를 계속 업데이트해가면서 뇌 안에 지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사회 제도와 정치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시위에서도 우리는 함께 걷는다. 많은 사람이 함께 걷는 것은 눈길을 끌기도 하고, 걷는 행동 자체가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과 상징성이 있다. ‘걷기’라는 단순한 행동이 이토록 다양하고 깊은 의미를 지녔다는 것이 새삼 놀랍지 않은가. 장동선, 뇌과학자·궁금한뇌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