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페인팅
파트릭 데 링크 지음|장주미 옮김|마로니에북스|208쪽|2만8000원
인간은 말년에 퇴보한다는 명제는 적어도 몇몇 화가에게는 참이 아니다. 이들은 인생 최후반기에도 창의력을 불태웠다. 한 평론가는 이를 ‘노망든 숭고함(senile sublime)’이라 정의했다.
폴 고갱의 대표작 ‘우리는 어디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는 사망 5년 전 완성됐다. “나는 죽기 전 커다란 유화 작품을 그리고 싶어서 한 달 동안 밤낮으로 작업했다.” 당시 고갱은 매독을 앓고 있었고, 시력은 나빠지고 있었다.
르누아르가 자신의 ‘최종 걸작’이라 선언한 ‘목욕하는 여인들’은 그가 숨진 해인 1919년 완성됐다. 화면 속 인물들은 초인적으로 거대해 보인다. 이는 르누아르 말년작의 특징으로 화가의 쇠약한 육체와는 현저한 대조를 이룬다.
벨기에 고전학자인 저자가 루벤스, 피카소 등 화가 30명의 말년작 3점씩을 분석한 책이다. 화가는 늙고 병들지라도 그림은 늙지 않는다. 다만 깊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