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본 미술 순례1

서경식 지음|최재혁 옮김|연립서가|256쪽|1만9000원

“아무리 그리 말해도 나는 전쟁화는 못 그려. 어쩌면 좋지?”

히로시마 사투리로 아이미쓰는 울먹였다. “군부에 협력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해” 하는 동료 화가의 충고에 답한 말이었다.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틈바구니에서 그는 프로파간다 같은 전쟁 기록화 대신 살육에 대한 불안한 예감을 그렸다. 도쿄국립근대미술관 소장 ‘눈[目]이 있는 풍경’(1938)이 대표적이다.

‘나의 서양미술 순례’(1992)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서경식 도쿄경제대 명예교수가 ‘나의 조선미술순례’(2014)에 이어 일본 근대미술로 눈을 돌렸다. 1920~1945년 활동한 작가 중 일본계 미국인 노다 히데오 등 ‘이단자’ 일곱 명을 다뤘다. 나고 자란 일본 땅에서 영원한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자이니치’로서 자신을 투영했다. 그는 자조하듯 말한다. “나라는 인간의 ‘미의식’은 ‘미각’이나 ‘음감’과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이 일본 미술에 깊이 침윤되어 있다. 그래서 더욱 일본 미술에 애증이 뒤섞인 굴절된 마음을 품어 올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