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김중혁 지음|문학과지성사|207쪽|1만4000원
죽음의 순간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웃고 있을까, 울고 있을까. 소설집 ‘스마일’ 표제작에선 한 남자가 가까스로 ‘웃는’ 표정을 택한다. 죽기 직전 배 속에 마약이 담긴 콘돔 주머니 여러 개를 품고서. 마약 운반책으로 비행기에서 심장 발작이 와 숨진 이였다. 그의 미소를 또 다른 마약 운반책이 쳐다본다. 마찬가지로 배 속에 잔뜩 마약을 품고서.
작가는 그간 동인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등을 받았다. 다섯 번째 소설집인 이번 책에선 타인의 ‘죽음’ 직전 각인된 기억들을 다뤘다. 소설 속 누군가에겐 죽은 자의 미소로, 혹은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결투 장면으로, 때로는 플라스틱 섬에 조난당했다는 기묘한 이야기로 타인의 죽음이 각인된다.
작가는 평소 장편소설을 쓸 때 이에 어울리는 노래들을 미리 골라서 듣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엔 단편들을 써나가다 어울리는 노래를 떠올렸다고 했다. 그렇게 맞닥뜨린 음악이 소설 속 장치로도 쓰였다. 단편 ‘심심풀이로 앨버트로스’에선 플라스틱 섬에 조난됐다가 돌아온 ‘조이’의 죽음을 모른 채 주변 사람들이 비치보이스의 ‘서핑 USA’에 맞춰 파도를 탄다. ‘휴가 중인 시체’엔 매일 버스를 운전해 이동하는 남성의 차 안에 다이애나 크롤의 ‘윈터 원더랜드’가 깔린다. ‘차오’에선 죽음으로 내달리는 자동차 오디오로 더 카스의 ‘드라이브’가 흘러나온다.
그래서인지 이 노래들을 들을 때마다 글자로 각인됐던 소설 속 순간들이 음악의 운율과 함께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