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피아노.
북튜버 김겨울(31)은 “정말 좋아하는” 이 두 세계를 오고 간다. 구독자 24만명을 둔 유튜브 ‘겨울서점’에 매주 1회 책 소개 영상을 올린다. 일주일에 두 번 피아노 레슨을 받고, 시간 날 때마다 연습실에서 피아노를 친다. 갓 글을 배우고 피아노 건반을 익힌 꼬맹이 시절부터 이 둘은 곁에 있었다. 공기처럼.
“피아노 앞에 앉으면 약간 멍청이가 된 기분이 든다. 피아노 건반이 요구하는 확신은 언제나 나를 위축시킨다.”
이렇게 시작하는 신작 에세이 ‘아무튼, 피아노’(제철소)는 그의 다섯 번째 책.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가 ‘아무튼’ 시리즈의 모토이지만 그의 ‘아무튼’엔 피아노를 좋아하는 감정보다는 음악에 대한 지식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피아노를 너무너무 좋아하지만 그렇게만 쓰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생각했다. 피아노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 책을 읽은 후 가져갈 수 있는 게 뭘까도 고민했다.” 지난 18일 서울의 사립도서관 소전서림에서 만난 김겨울이 프랑스 작곡가 라모의 곡을 연주해 보인 후 웃으며 말했다.
그는 다섯 살 때 피아노를 시작했고 ‘대치동 키드’로서 본격적으로 입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열세 살에 피아노를 떠났다. 그리고 대학(고려대 심리학과)에 들어가 싱어송라이터 활동을 하면서 피아노를 다시 만났다. “피아노란 당신 인생에서 뭔가” 묻자 김겨울은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해 본 기억은 그걸 그만두더라도 내면의 빛으로 남아 나를 지켜준다. 피아노란 내게 그런 것이고, 그건 유튜브가 내게 갖는 의미와도 같다”고 말했다.
2017년 문을 연 ‘겨울서점’은 자극적인 영상 없이 문학·철학 책을 중점적으로 소개해 독서광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으며 북튜브계 최강자가 됐다. 최근엔 그가 소개한 미국 과학 기자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과학책으로는 드물게 알라딘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채널의 성장 비결은 뭘까. “나는 독서가 대단히 숭고한 행위라고도, 인생을 180도 뒤집어놓는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협박하지도, …책이 당신의 미래를 보장해 줄 거라고 유혹하지도 않는다. 대신 책이 정말 재미있을 수 있고 언제든 당신의 곁을 지켜줄 수 있다 말한다. 그런 태도가 사람들이 책에 대한 마음의 허들을 낮추는 데 기여하지 않았을까.”
김겨울은 “읽은 사람을 멀리 데려가줄 수 있는 책. 조금 더 내 것이 아닌 생각, 내가 아닌 사람으로 도약하는 경험을 주는 책이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는 피아노에 대한 관점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피아노를 배움으로써 나는 돌이킬 수 없는 세계를 가진 인간이 되었다”고 책에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