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흑역사
앨리슨 매슈스 데이비드 지음 | 이상미 옮김 | 탐나는책 | 352쪽 | 1만9800원
전설의 무용수 이사도라 덩컨의 빨간색 실크 숄은 그녀의 치명(致命)적 아름다움을 부각했지만, 결국 죽음[命]에 이르게[致] 했다. 덩컨은 1927년 니스에서 오픈카에 탔다가 숄이 바퀴에 빨려 들어가는 바람에 즉사했다.
치장의 욕망엔 마지노선이 없다. 때론 그 욕망이 죽음과 질병의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패션 학교 교수인 저자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함께하는 옷이 ‘보호’라는 임무를 저버리고 인간을 해(害)한 역사를 보여준다.
1908년 라이트 형제가 운행한 비행기의 최초 승객이었던 버그 부인은 치마 아래를 노끈으로 묶고 탔다. 여기서 영감 받아 나온 통이 좁아지는 형태의 ‘호블(hobble) 스커트’는 숱한 사고를 일으켰다. 1990년대 영국 팝그룹 ‘스파이스 걸스’가 신은 15cm 높이 플랫폼 부츠를 두고 영국 경찰은 “음주 운전만큼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패셔너블한 자살’로 불린 각종 사례가 곁들어진 패션 미시사다. 원제 ‘Fashion Victims(패션 희생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