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처음 영어를 배웠을 때,
교과서인지 참고서인지에서 예문으로 나왔던 문장입니다.
“한국인은 근면하다.”
자랑스러운 국민성에 대한 문장이었고,
이 문장 때문인지, 원래 국민성이 그러하기 때문인지 몰라도
우리 사회는 유독 ‘게으름’을 척결해야 할 습관 내지 사회악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한때 ‘아침형 인간’ 열풍이 휩쓸고 지나갔고,
요즘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명상, 독서 등 자기계발 하는 ‘미라클 모닝’ 열풍,
열심히 살아 남들에게 모범이 되자는 ‘갓생’ 살기 열풍 등이 불고 있지요.
그러나 ‘게으르다는 착각’(웨일북)의 저자는
“게으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혹은 “거짓말일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데, 오랜 연구 결과
사람들이 극한으로까지 스스로를 몰아세우며 일하는데도 ‘나는 게을러’라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으며,
나태해 보이는 사람들은 자기 안의 게으름과 싸우기 보다는 번아웃을 유발하는 경쟁사회와 투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꺠닫게 되었다고 하네요.
여기, 책읽기를 일러 “나태한 쾌락일 뿐”이라 말하는 신랄한 독서가가 있습니다.
일본 그림책 작가이자 수필가 사노 요코(1938~2010).
국내에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 수필집 ‘사는 게 뭐라고’ 등의 저자이지요.
위에 인용한 문장은 그의 산문집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을유문화사) 중 일부입니다.
사노는 어린 시절부터 눈에 띄는 글씨란 글씨는 무조건 읽어치운 ‘독자가(讀字家)’였다고 합니다.
그는 물자가 부족했던 전후 일본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집에 있는 책이라고는 ‘모택동’ 한 권과 어머니가 은밀히 보던 성인 잡지밖에 없었는데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활자를 눈에 쑤셔넣었다는군요.
이처럼 놀이 삼아 책을 읽었기 때문에 사노는 자신에게 독서란 ‘나태한 쾌락’이라고 말합니다.
몇년 전 남녀의 책읽기 차이점을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남성은 지식을 얻기 위해 책을 읽고, 여성은 엔터테인먼트로 책을 읽는다는 한 (남성) 출판인의 견해가 흥미로왔는데
사노의 책을 읽던 중 그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여러분에게 독서는 자기계발과 게으른 쾌락, 그 어느 쪽일까요?
사노와 마찬가지로 즐기기 위해 책을 읽는다는 어느 여성 지식인의 말을 들려드리면서
오늘 편지는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