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대한 감각|민병훈 지음|자음과모음|124쪽|1만2000원
특정 인물, 사건, 배경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해야만 소설이 될 수 있을까? ‘겨울에 대한 감각’은 이런 질문을 던지게 하는 소설집이다.
2015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작가는 이번 두 번째 소설집에 소설 세 편과 수필 한 편을 엮었다. 하나같이 독자들을 당황하게 한다. 얼핏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문장을 열심히 읽고 조합해봐도 결국 한 서사로 이어지진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표제작 ‘겨울에 대한 감각’에서는 일본 유학 생활, 어머니와 함께 떠난 일본 여행 등 화자가 겪고 느낀 현재와 과거의 겨울 속 이미지들이 시간 순서 없이 뒤섞여서 튀어나온다. 마치 조각난 영화 필름을 마구잡이로 이어 붙여 영사기에 돌리는 것만 같다.
그나마 이 소설집에서 유일하게 시간 개념과 줄거리가 있는 건 ‘죽음’의 사건들뿐이다. ‘겨울에 대한 감각’에선 1955년 겨울 태어나 2005년 여름에 소멸한 아버지의 죽음, ‘벌목에 대한 감각’에선 화자가 베어 넘긴 나무에 깔려 죽은 동료, ‘불안에 대한 감각’에선 요트 항해 중 사고로 물 위에 떠다니게 된 시체들로 표현된다.
이런 독특한 서술은 사실 한 계절을 바라보는 우리의 사유 과정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옮긴 것이다. 우리는 매해 이름은 같지만, 기억은 작년과 다른 ‘겨울’을 새로 맞게 된다. 겨울의 찬 공기가 피부에 닿았을 때 우리는 단순히 그 시점의 차가움만 떠올리진 않는다. 과거 겨울에 비슷한 차가움을 느끼며 본 장면과 인물을, 아니면 현재 찬 피부로 시선을 돌리며 보게 된 장면에 대한 감상을 동시에 떠올릴 것이다. 이 복잡한 과정을 한 시점의 ‘겨울’에 대한 묘사로만 압축하는 건 오히려 독자에게 현실의 단면만 보여주는 것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