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중국|스콧 로젤·내털리 헬 지음|박민희 옮김|롤러코스터|356쪽|1만8000원
21세기는 ‘중국의 세기’라고들 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중국은 화려하다. 경제 규모는 미국에 이어서 2위로 ‘G2′로 꼽힌다. 스마트폰과 5G 통신 등 IT 분야에서 약진하고 있다. 위안화가 미국 달러를 대체하는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도 이어진다. 하지만 달의 뒷면처럼 보이지 않는 중국 역시 존재한다. 중국 본토를 40년간 누빈 개발경제학자인 저자는 중국이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져 고꾸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진국 함정은 개발도상국이 중간 소득 국가 단계에서 성장력을 상실해 중진국에 머무르거나 다시 저소득 국가로 후퇴하는 현상을 말한다. 멕시코와 브라질이 대표적이다.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견해는 이전에도 있었다. 보통 성장 둔화, 과도한 부채, 인구 고령화, 국제 고립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스탠퍼드대 국제관계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미·중 수교 이전부터 중국에서 활동해온 저자는 ‘인적 자본’이라는 신선한 이유를 제시한다. 그는 “1960년에 중진국이던 101개 국가 중 2008년까지 고소득 국가가 된 곳은 한국 등 13국뿐인데, 어떤 나라도 고교 진학률 50% 미만에서 중진국 함정을 빠져나간 적이 없다”고 했다. 2015년 기준 중국 고교 진학률은 30% 수준이다. 멕시코·브라질보다도 낮은 수치로 저숙련 노동자가 대다수라는 뜻이다. 저자는 “한국·대만·이스라엘은 중진국에 머무르던 1980년에도 고교 진학률이 평균 72%에 달했다”며 “중국이 제2의 멕시코가 되지 않고 한국의 길을 따르려면 빨리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어쩌다 이런 인적 자본 참사에 빠졌을까. 오랜 시간 중국 정부가 교육을 전혀 중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마오쩌둥은 10년에 걸친 문화대혁명 기간에 대학과 인문계 고교 문을 닫았다. 덩샤오핑이 집권한 첫 10년 동안도 고교 진학률은 오히려 떨어졌다. 중국은 지난 몇 년 동안 고교 진학률을 높이는 일련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효과는 즉각적이지 않다고 했다. “2020년대 초에 고교 진학률 100%를 달성하더라도 2035년이 되어야 노동 인구의 평균 고교 취학률이 42% 수준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중국 대학 입시는 한국보다도 치열하다. 국제 학력 평가에서 중국은 높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보이지 않는 중국’을 봐야 한다고 한다. 바로 중국 인구의 3분의 2가 사는 농촌이다. 표본 조사 결과 농촌 지역 초등생 60%가 빈혈·근시·기생충 감염 중 적어도 한 가지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학업 성취 저하와 직결되는 저개발 국가 특유의 문제들이다. 저자는 도농 간 교육·보건 불평등을 해결해야 하고, 이를 위해 도농 간 거주지 이전을 통제하는 후커우(戶口·호적)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적 자본 확충 없이 중국 엘리트가 국민을 먹여 살리기란 불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국 경제 규모는 세계 2위지만 1인당 소득 기준으로는 228국 가운데 106위다. 그는 “‘보편적 기본소득’ 같은 방식으로 국가를 지탱할 세금 수입이 없다”고 했다.
문제는 중국이 ‘대마불사’라는 점이다. 세계 인구의 6분의 1이 살고 있고 세계 주요 기업의 공급망 핵심에 있는 중국이 무너지면 그 파급 효과를 감당키 어려울 것이다. 저자는 “나는 중국이 성장하고 번영하는 것이 전 세계의 이익이라고 믿는다. 곤경에 처한 중국은 훨씬 더 위험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썼다. 중국 공산당은 지속적이고 빠른 경제성장과 민족주의에 의존해 정통성을 유지해왔다. 경제가 무너지면 공산당은 애국주의에 불을 붙여 정통성을 강화하려 시도할 수 있다. 저자는 “중국 경제 침체로 사람들이 분노하면,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등에서 군사 도발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치공정’ ‘동북공정’ ‘한복공정’은 애교 수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최근 들어 고교 진학률을 80% 이상으로 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중국은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 중국의 부상도 침몰도 난제(難題)인 한국에 새로운 관전 포인트를 던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