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의 1888년작‘에턴 정원의 추억’. 그림 맨 왼쪽 여성은 막내 여동생 빌레민을, 바로 옆 여성은 어머니를 모델로 했다. 반 고흐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그린 이 그림을 아를의 침실에 걸어두었다. /만복당

빈센트 반 고흐에게 세 명의 여동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반 고흐가 갤러리를 운영했던 남동생 테오와 막역한 사이였고, 아름다운 편지들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여동생이 셋이나 있었다는 사실은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네덜란드 미술사학자 빌럼 얀 페를린던이 쓴 ‘반 고흐의 누이들’(만복당)은

반 고흐의 세 누이동생이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를 바탕으로 ‘오빠 반 고흐’를 복원합니다.

예술가라는 존재가 대중에게야 신화이겠지만, 어디 가족들에게는 그렇던가요?

책은 안나, 리스, 빌레민이라는 세 누이의 눈을 통해

보통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지긋지긋하면서도 애틋하고, 미워하면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자랑거리이자 골칫덩이인

‘큰오빠 빈센트’를 그려냅니다.

테오와 빈센트의 관계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아름다운 우애라면,

누이들과 빈센트와의 관계는 그야말로 ‘현실남매’.

두 살 아래 큰누이 안나는 서른 넘게 백수로 부모에게 얹혀있으면서 각종 말썽을 일으켜 아버지의 속을 썩이던 큰오빠에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 속마저 썩이지 말고 집을 나가라”고 해서 반 고흐가 영원히 고향을 떠나게 만들고,

둘째 누이 리스는 “오빠의 성공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하죠.

열 살 아래 막내 빌레민만 오빠와 같은 우울한 예술가 기질 덕에 그나마 오빠와 사이가 좋았답니다.

반 고흐의 세 누이. 왼쪽부터 빌레민, 리스, 안나.

[“오빠의 예술은 존중하지만, 인간 반 고흐는 좋아할 수가…”]


채 과장: 저는 ‘내 서비스를 미치도록 사랑할 사람 100명만 바라보고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일해왔어요. 진짜 팬덤이 있는 서비스만이 성공한다는 믿음이 있거든요.

옥 PD: 음악이 주는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사람 딱 100명, 위로와 공감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 딱 100명을 찾으면 되겠네요.

SBS PD 옥성아씨와 OTT 서비스 ‘시즌’의 기획자 채한얼씨가 함께 쓴 ‘다정하고 무해하게, 팔리는 콘텐츠를 만듭니다’(위즈덤하우스)에 실린 두 저자의 대화입니다. 이 두 사람은 유튜브 ‘고막 메이트’를 함께 기획해 2019년 10월 론칭, 올 3월 기준 누적 조회수 4500만뷰를 기록한 콘텐츠로 키워냈습니다. ‘고막 메이트’는 인간관계, 직장생활, 연애 등 시청자들이 보내 온 다양한 고민을 MC와 게스트들이 상담한 후 위로가 될만한 노래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다정하고 무해하게, 팔리는 콘텐츠를 만듭니다/위즈덤하우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딱 100명을 보고 기획했다’는 말이었습니다. 지상파 3사가 방송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던 시대에는 광범위한 대중을 상대로 한 프로그램이 먹혔지요.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플랫폼이 다변화되면서 만든 이의 색깔이 지문처럼 또렷하고 취향이 확실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가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하네요. 실제로 ‘고막 메이트’는 ‘입사 3년차인 27세 직장인 여성’을 타깃으로 했다고 합니다.

방송국 PD와 마찬가지로 신문 기자 역시 어떻게 독자의 취향을 저격해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책은 특히나 취향을 많이 타는 영역이라 매주 지면을 만들 때마다 ‘이 책을 읽고 싶어할 독자는 어떤 사람일까’ 상상해 보곤 합니다. 주말 아침 식탁에서 신문을 펼칠 당신의 취향이 오늘도 궁금합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