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의 힘 2|팀 마샬 지음|김미선 옮김|사이|472쪽|2만3000원
7년 전 출간돼 세계적으로 15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지리의 힘’은 이렇게 시작한다. “푸틴은 밤에 잠들기 전 신에게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신이시여, 어찌하여 우크라이나에 산맥을 펼쳐두지 않으셨나이까.’” 우크라이나 영토를 산맥이 감싸고 있었더라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념이, 정치체제가, 종교가 바뀌더라도 지도와 지형은 그대로 남는다. 지리의 힘은 이토록 강력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예견했던 저자가 후속작 ‘지리의 힘 2′로 돌아왔다. BBC 기자 출신 국제 문제 전문가인 저자는 ‘이념은 스쳐갈지언정 지리적 요소는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 남는다’라는 문제의식을 계승한다. 미국·러시아·중국·한국·일본 등 지리적으로 ‘가장 중요한 선수’를 분석했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 호주·영국·스페인·이란 등 ‘또 다른 선수들’로 눈길을 돌렸다. 그리고 “달은 (미국에) 또 다른 아프가니스탄이 될 수 있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우주 공간으로 나아간다. 지정학상의 권력 투쟁은 이제 지구를 넘어 우주로 투사되고 있다. “(우주도) 지구에서 인류 역사 내내 벌였던 꼭 그대로의 싸움으로 귀결될지도 모른다.”
우주의 평화를 지켜줄 법적 토대는 허약하다. 1967년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과 1979년의 달 조약(Moon Treaty)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주조약이 규정한 ‘우주의 평화적 이용’은 세부 규정이 없어 두루뭉술하다. 달 조약은 ‘달과 그 천연자원들이 특정 국가나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없다’고 했지만, 정작 우주 개발 역량을 갖춘 미·중·러는 이 조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저자는 “그렇기 때문에 달 조약은 한낱 종잇조각에 불과하다”고 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서명한 2028년까지 달에 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아르테미스 협정’(2020년)도 비슷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 협정에서 빠졌다.
저자는 “민간 기업까지 우주 개발 경쟁에 뛰어든 마당에 우주라는 무대는 위험천만한 최첨단 무기들의 격전장으로 변해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미 상대국 위성을 파괴하는 ‘킬러 위성’ 기술도 개발된 상태다. 미·중·러 3국은 각기 우주에서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 미국은 2019년 ‘우주에서의 전쟁은 지구를 뒤흔들 수 있다’며 우주군을 창설했다. 저자는 “이미 우주 군비 경쟁에 뛰어든 셈”이라며 “20세기에는 핵전쟁 발발이 우리의 삶을 파괴할 위협이었다면, 이제는 ‘우주의 군사화’가 비슷한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저자는 특히 지구 저궤도(해발 160~2000㎞)에 주목한다. 이곳은 통신위성과 군사위성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며, 우주선이 달 너머로 갈 때 재급유를 하는 ‘주유소’ 역할을 하는 공간이며, 미래에 우주 태양광 발전 기술이 개발됐을 때 발전소가 들어설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새로운 군사적 고지(高地)다.
저자는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보스포루스 해협에 저궤도를 빗댄다. “흑해 인근 국가의 군함이 지중해를 통해 대서양에 진출하려고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과하려면 터키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저궤도를 통제하는 국가는 터키처럼 ‘문지기’ 역할을 하며 통행세를 걷을 것이다.” 잘 알려진 ‘유라시아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호령하리라’라는 격언을 저자는 이렇게 비튼다. ‘저궤도를 지배하는 자가 지구를 지배하고 인류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라고. 아직 우주에 명함조차 제대로 내밀지 못한 한국 입장에서는 뼈아픈 지적이다.
우주 외에도, 지구에서 여섯 번째로 큰 나라지만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은 3분의 1도 안 되는 호주에 대한 분석도 시의적절하다. 대륙 저 멀리 남쪽에 있어 침략 위험은 적지만 믈라카 해협 등 주요 항로가 봉쇄되면 중국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호주가 중국의 경제 보복에 시달리면서도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 시도하는 이유다.
전작만큼 호화 캐스팅이 아니라는 점은 아쉽지만, ‘현재와 미래에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은 물리적 배경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메시지는 여전히 강렬하다. 어떤 분석이 현실로 나타날지를 생각하며 읽으면 더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