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아람 Books 팀장

‘환상에서 일상으로, 소설 베스트셀러 트렌드 변화.’

예스24가 최근 발표한 올해 1분기 종합 베스트셀러 분석 자료의 내용입니다. 지난해 ‘달러구트 꿈 백화점’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같은 판타지 소설이 강세였다면 올해는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처럼 일상 공간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이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하네요.

작년에 판타지 소설이 인기였던 이유는 뭘까, 생각해 보다가 어슐러 K. 르 귄(1929~2018)의 강연과 산문을 모은 책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황금가지)를 펼쳐보았습니다. 르 귄은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꼽히는 ‘어스시 연대기’를 쓴 미국 소설가입니다.

그는 “판타지든, 먼 미래든 외계 SF든 간에 완전히 상상만으로 이루어진 배경의 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아담을 흉내 내야 한다. 가공의 세계에 나오는 등장인물, 생물, 장소에 이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덧붙이죠. “사람이나 장소의 이름을 하나 짓는다는 건, 그 이름이 속한 언어 세계로 가는 길을 여는 일이다.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는 문이다. 어딘가 다른 곳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말을 할까? 그들이 말하는 방식을 우리는 어떻게 생각할까?”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는 문(門). 사람들이 환상을 다룬 이야기에 빠져드는 건 결국 ‘지금 여기’를 견디기 힘들어 ‘다른 곳’을 꿈꾸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팬데믹이 덮치고 이념·세대·젠더 간 혐오가 만연하며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현재 우리 사회가 버거워서요. 다른 세상에 집중되어 있던 독자들의 관심이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여기’가 변화할 신호이길 바라 봅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