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편의점 입구에 손글씨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다. ‘포켓몬빵 없어요. ㅠㅠ.’ 1998년 출시돼 2006년 단종됐던 포켓몬빵이 올해 2월 다시 나와 열풍이라는 기사는 읽었지만, 눈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오래전 애니메이션이라고만 생각했던 포켓몬이 2022년에도 인기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 힌트를 얻었다.
‘룰북’(북스톤)은 “난 게임 잘 모르는데”라고 말하는 독자에게 최적화된 책이다. 왜냐하면 잘 모르는 사이에, 전 세계 게임 시장은 모바일과 글로벌이라는 두 가지 축을 무기 삼아 기하급수적 속도로 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특정 연령대의 인구만 즐기는 서브컬처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미 게임은 영화와 음악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시장 규모를 자랑한다. 올 1월, 마이크로소프트가 IT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인 82조원에 세계 최대 게임 회사인 블리자드 인수를 발표한 것은 자본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저자 요스트 판 드뢰넌은 뉴욕대 MBA 교수다. 학계와 시장을 오가며 쌓은 독특한 시각을 활용해서 그는 제품, 서비스, 미디어 세 영역에서 게임을 바라본다.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수익 모델을 혁신하고, 기존 고객을 붙잡고자 팬덤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최신 기술 도입이든 유통 구조의 파괴적 혁신이든 가리지 않는다. 돈과 기술, 인재가 모여서 부글거리는 시장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이종 격투기 시합을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감탄하며 읽게 되는 책이다.
마지막으로, 포켓몬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이렇다. 최초에 포켓몬은 휴대용 게임이었다고 한다. 6~12세 고객들이 특정 캐릭터에 대해 강렬한 정서적 연결성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핵심이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포켓몬 카드를 가져가 놀았고 자신만의 카드 조합을 만드는 것은 자기 표현 행위가 되었다. 나아가 극장 및 TV 애니메이션, 만화책 등 20개 이상의 IP 콘텐츠로 확장되면서 포켓몬 세계관이 끊임없이 학습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포켓몬빵이 하루 23만개씩 팔리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