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리

열네 마리 늑대

캐서린 바르 지음 | 제니 데스몬드 그림 | 김미선 옮김 | 상수리 | 48쪽 | 2만원

한 발 한 발, 늑대가 눈밭 위로 걸음을 옮겼다. 큼지막한 앞발이 겨울용 털신처럼 넓게 펴졌다. 캐나다 로키 산맥에서 옮겨온 열네 마리의 늑대가 도착한 곳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1995년 겨울, 늑대들이 70여 년 만에 다시 이 곳의 지배자로 복귀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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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산봉우리 아래 바위들이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땅. 협곡과 강물 사이, 숲과 초원 위로 위풍당당한 엘크와 들소 떼가 머무는 곳. 옐로스톤은 스라소니부터 퓨마, 곰, 코요테 등 육식동물의 천국이었고, 늑대는 최상위 포식자였다. 하지만 농부는 가축을 지키려, 사냥꾼은 털가죽을 얻으려 덫을 놓고 총을 쏴 늑대를 죽이고 또 죽였다. 1930년대, 늑대는 이곳에서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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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늑대를 없애면 자연이 더 풍성해질 거라 여겼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망칠 필요가 없게 된 엘크 떼가 거침없이 번식했다. 이들이 강둑의 새순까지 먹어치우며 나무가 자라지 못했고, 강은 물길을 잃고 초원은 황폐해졌다. 작은 초식동물은 먹이를 찾아, 또 늘어나는 코요테를 피해 옐로스톤을 떠났다. 곰부터 쥐와 곤충까지 먹이사슬로 이어진 동물이 모두 줄어들었다.

돌아온 늑대는 이 거대한 생명 순환의 흐름을 제 방향으로 되돌렸다. 엘크 떼가 늑대를 피해 자주 자리를 옮기자 풀과 나무가 자랐다. 다시 나무가 뿌리를 내려 튼튼해진 둑 사이로 강물이 힘차게 흘렀다. 강과 연못이 제자리를 찾자 물고기와 비버, 새와 곤충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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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네 무리였던 늑대는 지금 10여 무리로 늘었다. 이제 간헐천이 내뿜는 증기 기둥 위로 독수리가 다시 긴 날개를 펴며 날고, 새끼 곰을 등에 얹은 어미 곰이 눈 녹은 개울을 철벅철벅 건넌다. 한 편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하다. 촘촘한 세밀화로 그려낸 자연, 생태 복원 과정을 짚어가는 풍부한 정보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