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의 노래
김준한 옮김ㅣ휴머니스트ㅣ368쪽ㅣ2만2000원
“너희를 좋아할 수가 없구나. 너희는 오만과 불의의 편에 서 있도다!”
프랑스 문학의 시작이자, 중세 프랑스 최고(最古)의 기사 문학으로 손꼽히는 4002행의 무훈시(詩)가 국내 최초 중세 프랑스어 원전 완역본으로 발간됐다. 고려대 불문과 김준한 교수가 10년 넘게 매달린 결과다. 11세기 왕국 최강의 기사 롤랑(Roland)이 이교도와 배신자의 계략 속에서도 용맹하게 싸우다 전사하자, 그의 영예를 위해 샤를마뉴 황제가 적들을 모조리 처단함으로써 복수를 완수하는 이야기다. 의리에 죽고 사는 12 기사들의 비장한 대사, 순금 박차처럼 화려한 영웅의 무구(武具), 다소 잔혹하지만 쾌속 전개되는 전투 묘사가 첫 줄부터 종장까지 숨 가쁘게 읽힌다. 풍부한 주석이 당대의 이해를 돕는다.
출간 사연도 흥미롭다. 출판사 측은 “역사 기반 온라인 게임 열혈 팬들로부터 ‘게임 속 등장인물을 자세히 다룬 책을 내달라’는 요청이 잇따랐다”며 “이를 받아들여 목록을 검토했고 다음 달 후속작도 발간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