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를 위한 변론

니콜렛 한 니먼 지음|이재경 옮김|갈매나무|452쪽|1만9800원

“30년 이상 채식주의자로 산 사람으로서 나는 육식을 피하는 이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다만 소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가 환경이나 건강에 해롭다는 생각 때문이라면 그건 정보 부족에 따른 오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 책의 요지는 저자의 이 말로 요약된다. 저자는 생물학 전공 대학생이던 1980년대 중반 육식을 끊었다. 그는 특히 반추동물인 소가 방귀로 내뿜는 엄청난 양의 메탄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육식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믿었다. 적색육을 먹는 것이 비만과 심장병 발병률을 높이기 때문에 고기를 끊어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그렇지만 저자는 2000년 무렵 육식과 환경의 연관성에 대한 자신의 견해가 대학 때 접한 채식주의와 환경주의 팸플릿의 구호식 주장에 경도된 단순한 흑백논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환경 변호사로 일하면서 육류산업의 환경오염 문제에 대응할 전국적 캠페인을 전개하기 위해 축산 농가를 방문하고, 연구 논문을 읽고, 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런던. 동물권 보호 시위에서 소 형상 피켓을 들고 있는 참가자. 저자는 “인간은 복잡한 먹이그물에 속한다. 그렇게 자연의 작용에 충실한 것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일 리 없다고 본다”고 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2006년 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가축의 긴 그림자’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육식 비판에 기후변화가 주요 논거로 대두된 것도 이때였다. FAO는 보고서에서 “인간이 유발하는 온실가스의 18%가 육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가축이 운송업 전체보다 더 지구온난화를 유발한다”는 보도자료의 헤드라인이 ‘복음’처럼 전 세계에 퍼져갔다. 나중에 보고서 작성자들이 계산 오류를 인정하고 이 발언을 철회했지만 이미 진리로 간주될 믿음을 돌이킬 방법은 없었다.

소는 메탄을 내뿜어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가? 저자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광합성한 풀을 소가 먹고 소화해 다시 배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은 이미 생태계 사이를 자연 순환하고 있는 탄소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는 탄소를 흙으로 돌려보낸다. 소가 뜯어 짧아진 풀은 더 많은 햇빛을 받을 수 있다. 풀의 생장 주기는 가속화되고 흙과의 영양 순환도 활발해진다. 저자는 이 과정을 통해 토양의 탄소 흡수가 효과적으로 일어나며 그만큼 공기 중 탄소는 줄어들게 된다고 주장한다. 산업 활동을 통해 대기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거둬들이는 것을 ‘탄소 격리’라 한다. 2018년 미시간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소 방목으로 1㎡당 연간 약 3.75t의 탄소가 격리되며 이는 소고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완전히 상쇄하고도 남는 격리량”이다.

소에게 먹일 사료용 콩 생산을 위한 토지 확보를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이 벌채되고 있다는 주장도 위험하다. 저자는 “오히려 소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 사람들의 구매 비용이 삼림 파괴나 대규모 단일 작물의 재배 같은 파괴적 농법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한다. 브라질 벌채 지역에서 생산된 콩이 비건식품 첨가물과 미국 수퍼마켓에서 팔리는 두부와 두유에도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채식주의자가 육식하는 사람들에 비해 기후변화에 책임이 덜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고기는 건강에 해로운가? 저자는 “많은 부분이 오해”라고 말한다. 그는 만 50세가 되던 2019년부터 건강을 이유로 고기를 다시 먹기 시작했다. 20세기 중반 이후 포화지방인 동물성 지방의 섭취를 줄여야 건강에 이롭다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있지만 미국 영양학자 프레드 쿠머로는 “중요한 것은 포화지방인지 여부가 아니라 지방이 산화됐는지 여부”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튀김 요리에 쓰는 고도불포화 식물성 기름은 고온으로 가열하면 산화가 일어나므로 인체에 해롭다. 영국 생리학자 존 유드킨은 말했다. “우리 몸은 무엇을 먹도록 진화했는가? 그것을 먹어야 한다.” 그는 “인류가 수백만 년 전부터 먹어온 음식은 심장병 같은 만성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현생 인류의 조상들은 적어도 260만 년 전부터 동물을 먹기 시작했고, 150만 년 전 무렵부터는 상당량의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인류의 뇌 용량이 커진 것은 고기의 영양 덕분이자 사냥 행위의 복잡성 때문이었다. 육식은 수백만 년에 걸쳐 인간 진화라는 복잡한 직물을 짠 중요한 실이었다.” 건강을 해치는 주범은 설탕, 밀가루, 종자유 같은 현대 가공식품이지 고기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저자는 변호사답게 치밀한 논증으로 소의 ‘무죄’를 주장한다. 중언부언하는 경향이 있지만 설득력은 충분하다. 고기를 끊을 수 없지만 윤리적인 이유로 마음 한구석이 늘 찜찜했던 당신에게 권한다. 원제 Defending Bee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