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부산 독립 서점인 스테레오 북스에서 재즈 음반 책을 하나 샀다. 며칠 전에는 젊은 해금 연주자인 정겨운이 낸 악보집 ‘Time to Silence’도 샀다. 일부러라도 음악 책을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막상 장병욱의 ‘All Time Jazz 명반 가이드북’(안나푸르나)에 대한 서평을 써보려고 하니, 사실 좀 어색하고 막막하다. 한국에서 재즈에서 국악까지는 음반 시장 주류와는 좀 떨어진 음악이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ost인 조정석의 ‘아로하’와 전미도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가 음원 차트 1위를 하는 것을 보는 일도 독특한 경험이다. 이런 문화 현상에 대해서 분석하거나 소개하는 책을 구경할 수 있을까? 책 시장이 요즘 어렵지만, 음악 책 시장은 더욱 어렵다. 한참 주저했지만, 결국 펜을 들었다.
명반 가이드북은 저자에게는 아주 ‘고난의 길’ 같은 책일 것이다. 직접 명반을 수집하고, 적절한 해설을 쓰는 일이 쉽지 않은데, 일반 대중이 많이 사 볼 만한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집마다 한 권 있으면 값은 제대로 할 수 있는 책이기는 하다. 월정액으로 원하는 앨범을 원하는 만큼 들을 수 있는 시대이지만 뭘 들어야 할지를 결정하려면 막막하다. 이럴 때는 일정 시간 동안 이런 가이드북을 놓고 앨범 하나씩을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검증된 명반들이라 시간 낭비는 아니다. 이 책엔 앨범 110장이 소개되어 있는데, 내겐 3분의 1 정도가 들어본 음악이었다. 틈나는 대로 하나씩 들어보는 중이다. 일상이 행복해졌다.
데이비드 브루벡 콰르텟의 ‘테이크 파이브’가 4분의 5박자임을 처음 알았다. 이 ‘파이브’가 그 파이브였군, 이런 무식쟁이! 얕지만 쏠쏠하게, 쓸데는 없어도 가슴이 뿌듯해지는 작은 지식들을 채워나가는 재미가 있다. 맨해튼 재즈 퀸텟 버전의 ‘오텀 리브스’를 30대 초반에 아주 좋아했는데, 이게 이 무명 밴드에 상업적 성공을 안겨다 준 명반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듣자마자 터져 나오는 트럼펫과 테너 색소폰의 돌격에 전기 오는 듯 찌릿했다.
이 시리즈가 클래식에서 국악까지 좀 더 풍성하게 나와서 디지털 음반 시대의 행복과 교양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음악 책 시장도 좀 더 풍성해지면 좋겠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