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판매량이 154배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23일 자사 도서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이수지 작가의 수상 소식 직후 작가의 책들이 전주 평균 대비 154배 가량 더 많이 판매됐다”고 밝혔다.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때면 수상 작가들의 전작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거나,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등 우리 소설가들의 수상 소식이 전해질 때도 독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판매량이 함께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다.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판매 증가는 ‘안데르센상 효과’라 부를 만하다.
◇라가치상 수상작 ‘여름이 온다’ 단숨에 일일 판매 1위
이수지 작가 책의 판매량 급증을 이끈 책은 올해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인 ‘여름이 온다’였다. 단숨에 일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전주 평균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200배 늘었다. 알라딘은 “’여름이 온다’의 경우 주 구매층이 40대로 전체의 48.1%였다”고 전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세대의 구매와 함께, 최근 늘어나고 있는 그림책의 ‘어른 독자’ 층의 구매도 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라가치상은 매년 3월말 열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어린이책 도서전인 이탈리아 볼로냐 도서전이 수여하는 상. 올해는 61개국에서 전년보다 630건 늘어난 2215건의 작품이 출품됐다. 픽션 부문에만 1200여 건의 작품이 몰렸다. 이 중에서 칠레, 프랑스 작가의 책과 함께 이수지 작가의 ‘여름이 온다’까지 단 세 권 만이 우수상에 해당하는 ‘스페셜 멘션’에 선정됐다. 대상에 해당하는 ‘멘션’ 선정작은 캐나다 작가의 책이었다.
◇음악과 물놀이, 두 개의 여름을 넘나드는 이미지의 상상력
‘여름이 온다’는 작가가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강렬하고 아름다운 그림책. 색종이 콜라주, 연필 드로잉, 수채, 아크릴 등 온갖 재료를 사용해 여름날 아이들이 신나게 물놀이를 하는 시골의 자연과, 생명력 넘치는 음악 연주회라는 두 개의 세계를 오간다. 작가가 꿋꿋하게 추구해온 ‘글 없는 그림책’의 세계, “오로지 이미지의 힘과 시각적 서사로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세계를 잘 보여주는 최근작이다.
책도 비발디의 ‘여름’처럼 3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그림책으로는 드문 148쪽의 방대한 분량에 활달하고 자유분방한 그림들이 펼쳐진다. 작가는 시골서 살던 때 여름이면 마당에서 벌어지던 아이들의 떠들썩한 물놀이, 비발디의 ‘사계’를 집이 떠나가라 크게 틀어놓고 들었을 때 넋을 잃은 듯 감동하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음악과 물놀이를 ‘여름’으로 그려내는데 착안했다. 악보의 요소들이 그림책 안으로 스며들고, 책날개의 QR코드로 실제 음악을 들으며 감상할 수도 있게 했다.
◇'파도야 놀자’ ‘물이 되는 꿈’ ‘이수지의 그림책’ ‘선’ 도 일일 베스트
이수지 작가의 책들은 또 ‘파도야 놀자’, ‘이수지의 그림책’, ‘선’ 등이 각각 일일 베스트 10위, 39위, 41위에 올랐다. 이수지 작가가 그림을 그린 가수 루시드폴의 노래 그림책 ‘물이 되는 꿈’도 일일 베스트셀러 36위에 랭크됐다.
‘파도야 놀자’는 미국에서 먼저 출간돼 국내에도 이수지 작가의 이름을 널리 알리며 그에게 ‘외국서 더 유명한 작가’ ‘해외에서 역수입된 작가’라는 수식어를 붙여준 책. 전주 평균 대비 판매량이 92배 늘었고, 주 구매층은 30대였다. ‘파도야 놀자’는 책의 쪽 경계를 현실계와 상상계의 경계처럼 활용하며, 하늘과 물의 푸른 색과 종이의 흰 색을 대비시키면서 새로운 세계인 바다에 용기를 내어 발을 들여 놓으면서 한 뼘 더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책. 모래사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처음 주저하던 아이의 세계는 흰색, 파도는 아름다운 푸른색이지만, 책의 쪽 경계를 서로 넘나들던 아이가 큰 파도에 흠뻑 젖으며 아이의 세계에도 색깔이 입혀진다.
‘이수지의 그림책’은 이번 안데르센상 수상 발표 때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에서도 중점적으로 언급했던 이수지 작가의 ‘경계 3부작’을 작가 본인의 언어로 찬찬히 읽어주듯 해설하는 책. ‘거울’ ‘그림자 놀이’ ‘파도야 놀자’ 등 어른의 눈에는 난해해 보일 수 있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선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글 없는 그림책’들의 원화와 제작 노트들도 만날 수 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을 담은 ‘나의 명원화실’과 함께 이수지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고 싶은 독자의 필독서라 할 수 있다.
알라딘 뿐 아니라 각 인터넷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들도 이수지 작가 대표작 기획전을 마련하며 ‘안데르센상 효과’의 파도에 올라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