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노예의 손자이자 10대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흑백분리정책이 엄격하던 시절의 미국 남부에서 자라,
안간힘을 쓰고 공부해 사회학 박사 학위까지 받은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자신보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 흑인 인권이 예전보다 향상된 시대에 살고 있는 아들이 왜 공부할 생각을 하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했죠.
자신의 서재를 무심히 지나치는 아들에게 늘 말했다고 하네요.
부모는 애타는 마음에 자식을 훈계하지만, 자식 입장에서는 “라떼는 말이야”가 참 듣기 싫죠.
또래 문화를 중시했던 아들은 멋진 흑인남성답게 ‘쿨하게’ 살고 싶었고,
그러려면 힙합 문화를 추종하며 깡패 흉내 내면서 힙합 가사처럼 비속어를 내뱉으며 거리를 돌아다녀야 하는 줄 알았다네요.
미국 비평가 토머스 채터턴 윌리엄스의 책 ‘배움의 기쁨’(다산책방)은 아버지와 불화하던 아들이 아버지의 말에서 인생의 교훈을 찾고,
마침내 아버지를 이해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인종문제, 세대간의 갈등, 힙합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 등 다양한 층위의 주제가 촘촘하게 얽혀있는 책이기도 하죠.
지적이면서 서정적인 글을 좋아하는 독자들께 권해드립니다.
['배움의 기쁨' 저자 토머스 채터턴 윌리엄스 인터뷰]
확진자 폭증 소식에 움츠러들어 봄을 기대할 여유도 없었는데, 부르지 않아도 봄은 이미 와 있더군요. 창 밖 나무들은 아직 헐벗고 메말랐지만 곧 연둣빛 새순이 움트며 싱그럽게 물이 오르겠지요. 어릴적 읽은 동시에 ‘쏘옥 고갤 내민 새싹의 초록 덧니’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올봄엔 유독 그 구절이 생각납니다.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85)가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에게 2020년 3월 15일 보낸 편지의 한 구절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작업하던 호크니는 2019년 봄 프랑스 노르망디에 작업실을 얻습니다. 햇살 아래 찬연히 빛나는 다양한 꽃들을 그리고 싶어서죠. 이듬해 봄 코로나 사태로 봉쇄령이 내리지만 호크니는 개의치 않습니다. “나는 이 봄을 기록해 두고 있어요. 아주 흥분됩니다. 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멋진 큰 나무에 핀 벚꽃을 막 그렸습니다. 우리가 있는 곳에서 유일한 벚꽃나무인데 지금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다음에는 잎새들이 돋아 나올 겁니다. 여름의 짙은 녹음을 보기 시작할 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그릴 것입니다.”
호크니와 게이퍼드의 대화를 엮은 책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시공아트)에서 읽었습니다. 원제는 ‘Spring cannot be Cancelled’. 직역하자면 ‘봄은 취소될 수 없다’는 뜻이지요. 즉 ‘오는 봄을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이겠지요.
화폭에 담은 나무들을 오랜 친구인 양 사랑하게 되었다는 호크니는 말합니다.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