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는 인간을 지배하게 될까? 21세기가 아니라면 22세기에라도? 인간은 계속 기계를 다스릴 수 있을까? 레이 커즈와일 같은 미래학자는 인간보다 똑똑한 기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기계와 결합해 ‘포스트휴먼’이 되고, 호모사피엔스를 능가하는 다른 종으로 도약하면 되기 때문이다. 얼마나 낙천적인가.

과학기술 잡지 ‘와이어드’의 초대 편집장이었고, 이제는 ‘과학 사상가’라는 수식어도 어색하지 않은 케빈 켈리는 좀 더 난감한 전망을 제시한다. 인간과 기계는 결합하기는 결합한다. 개체 수준을 넘어, 거대한 생태계 차원에서.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태어난 것’과 ‘만들어진 것’은 곧 하나의 복잡 적응계로 수렴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세상을 통제할 수 없다. 그곳에서는 새로운 ‘야생’이 출현한다.

몇 줄로 거칠게 요약을 해놓으니 뜬구름 잡는 소리 같지만 ‘통제 불능’(김영사)이 931쪽에 걸쳐 펼치는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책이 근거로 제시하는 논리들은 거대하면서 참신한데,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개념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다시 보게끔 만든다. 그것도 여러 번.

저자가 사용하는 방식은 주로 먼 거리에서 크게 조망하기다. 예를 들어 책은 생태계를 이렇게 규정한다. ‘각각의 종들이 서로 제각기 다른 역할을 시험해보고 새로운 파트너 관계를 모색하는 느슨한 네트워크.’ 그런 시스템에서는 한 사건이 생각지도 못한 지점까지 거의 무한히 간접적 영향을 미치며, 우리는 이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이제 생명만큼이나 복잡해진 영리한 기계들과 인류는 바로 그런 관계가 될 것이다.

썩 쉽지는 않다. 하지만 천천히 곱씹어 읽는다면 진화, 생물학, 자아, 섹스, 인류의 역사까지 낯선 언어로 재검토하면서 뜻밖의 통찰을 무더기로 건질 수 있다. 왜 지구적 차원에서 생각해야 하는가, 왜 자연을 보호해야 하는가, 그 자체로 살아 있으며 그렇기에 늘 불확실한 네트워크 세상―인간 사회든 경제 시스템이든―에서는 어떤 목표를 지녀야 하는가 같은. 물론 우리 앞에 닥친 미래와 과학기술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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