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온난화

찰스 아서 지음|이승연 옮김|위즈덤하우스|472쪽|2만2000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서는 소셜미디어에서 본 것은 공유하지 마라. 특히 공유하려던 포스팅이 당신을 분기탱천하게(outrage) 했다면 더더욱.”

영국 가디언 등에서 IT 기자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찰스 아서는 한국 대선이 코앞이라는 말을 듣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책 제목이기도 한 ‘소셜 온난화’라는 표현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이다. 부지불식간에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 지구온난화와 소셜미디어의 병폐가 누적돼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작동 방식이 유사하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지구는 점점 더 더워진다. 분노를 증폭하는 알고리즘으로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소셜미디어는 사회의 분노지수를 끌어올린다.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이 추세를 바꿀 수 없다는 점에서도 두 온난화는 유사하다. 그는 “온난화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것이 점진적이라 상황이 악화하는 순간을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음은 줌(zoom)으로 만난 그와의 일문일답.

찰스 아서

–소셜 온난화라는 표현은 어떻게 고안했나.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두 조금씩 더 화가 나 있다는 걸 포착하면서다. 과거라면 모르고 지나갔을, 자기 삶에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의 사소한 잘못에도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온도가 올라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소셜 미디어가 문제인가.

“분노를 자아내는 정보를 사용자에게 제시하는 알고리즘을 가진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이 핵심적이다. 난 트위터를 쓰지만, 알고리즘을 배제하고 시간순으로 글을 보여주는 별도 앱으로 이용한다.” 트위터는 자신이 ‘팔로’하고 있지 않은 생면부지 이용자의 글을 보여준다. 이런 글은 분노를 자아내 더 많은 공유를 유도한다. 저자는 “인간은 자신을 격분시키는 것들을 주목하게 돼 있다”고 했다.

–알고리즘이 사람을 더 극단적으로 만든다고 했다.

“길에서 교통사고가 생기면 사람들이 쳐다본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런 행동이 ‘더 많은 교통사고를 보고 싶어 한다’고 이해한다. 알고리즘은 심지어는 교통사고를 일으키려 할 것이다. 정치가 아닌 주제에서도 ‘채식주의’를 검색하면 ‘야채만 먹고 살아야 한다’는 동영상으로 사람을 이끈다.”

소셜미디어는 ‘더 많은 사람이 연결될수록 세상이 나아진다’는 환상을 심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가짜 뉴스를 바탕으로 한 선전·선동이 횡행하고, 사람들은 극단으로 나뉘어 분노한다. 저자는 이를 ‘소셜 온난화’ 현상이라고 부른다. /게티이미지뱅크

–책에서 소셜미디어 업체들의 여러 만행을 소개한다. 뭐가 제일 충격적이었나.

“2017년 페이스북 극단주의 그룹에 가입한 독일인 중 3분의 2가 페이스북의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가입 권유를 받았다는 게 확인됐을 때다.” 그는 책에서 영국 브렉시트 당시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EU가 북극곰 보존을 막는다’같은 가짜 뉴스가 횡행했던 사실, 그리고 사용자 70만명을 대상으로 정서를 조작했던 페이스북의 실험 등을 소개한다.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라는 신고가 들어와도 글을 삭제하지 않고 노출 빈도만 떨어뜨린다는 사실도.

–소셜미디어 업계를 기후변화에 빗댄다면.

“소셜미디어 업체는 석탄 발전 업계와 닮았다. 석탄을 때는 화력발전소는 탄소는 잔뜩 배출하면서 전기를 생산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매연과 온난화에 시달리는데 업계는 돈을 번다. 업체는 득만 보고 부작용은 사용자에게 떠넘긴다는 점이 닮았다.”

–”페이스북은 망할 것”이라고 썼다.

“페이스북 때문에 사회가 파괴돼 페이스북이 망할 것이라는 전문가 말을 인용했다. 그렇지만 소셜 온난화에도 대처가 가능하다. 사람들이 알고리즘의 존재와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IT 공룡들에 대한 규제도 갖춰 나가야 한다. 그때까지는 휘발유 차 대신 전기 차를 타듯이, 개인들이 노력해야 한다. 소셜미디어를 보고 격분했을 때 ‘이게 알고리즘이 노리는 바’라고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