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설가 하라다 마하의 장편 ‘총리의 남편’을 밤을 새 읽었습니다.

조류학자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재벌 소마가의 차남 히요리가 네 살 연상의 아내이자 소수 야당 당수였던 린코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선출되며 겪게되는 에피소드가 소설의 중심입니다.

영화‘총리의 남편’중 한 장면. 다정다감한 조류학자 남편 히요리(오른쪽)는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인 아내 린코가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거로 신임을 물어야 하는 위기에 처하자 선거 유세에 나서는 등 아내를 위해 헌신한다. /장고필름

눈물 많고 다정다감한 히요리 캐릭터가 무척 사랑스럽고 저자의 유머러스한 문체 덕에 킥킥거리며 책장을 넘기게 되는 것도 장점이지만, 무엇보다 이 책이 지금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작금의 우리 정치현실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여야 후보가 상대 배우자의 자질에 대해 연일 맹공을 퍼붓는 대선 정국, 피로감을 느낀 독자라면 이 책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청량함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금수저이나 교만하지 않고, ‘배우자 찬스’ 누리는 대신 국가와 아내의 미래를 우선 생각하며, 사소한 사고는 칠지언정 스스로 수습하는 히요리의 모습에서 ‘진정한 외조(내조)’는 뭔가 생각하게 되거든요.

[아내가 日 총리가 됐다… ‘진정한 외조’란 무엇인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오는 카피 쓰기 수칙 가운데 하나가 초등학교 4학년이 이해할 수 있도록 쓰라는건데요. 말 그대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라는 얘깁니다. 그러자면 사람들이 평소에 쓰는 말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객은 자신이 쓰는 말처럼 들릴 때 집중하기 마련이거든요. ‘저 사람이 내 이야기를 하고 있네?’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네?’라고 판단되면 주의 깊게 보는 거죠.”

카피라이터 출신으로 지금은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유미씨의 ‘카피 쓰는 법’(유유)에서 읽었습니다. 글쓰기에 왕도는 없지만 대중을 상대로 하는 글쓰기의 대원칙은 있습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기’. 카피라이터들은 독자의 눈높이를 초등학교 4학년으로 잡는 모양이지만 신문에서는 중학교 2학년으로 어림합니다. 아마도 광고 카피가 신문 기사보다는 더 직관적이어야 하므로 기준 연령대가 낮은 거겠지요.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쉽게 쓰는 일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사안을 자기 언어로 쉽게 풀이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면 먼저 그 사안을 완벽하게 이해해야만 하니까요. 저자도 말하네요. “쉽고 짧게 쓰는 것이 언뜻 더 수월해 보일지 모르지만, 막상 써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전문 용어를 써서 그럴듯한 말로 길게 쓰는 건 오히려 쉬워요. 어린아이도 이해할 만한 쉬운 말로 이해를 돕는 게 훨씬 어렵다는 걸, 작업을 하면 할수록 느낍니다. 오늘부터라도 우리 엄마가 평소에 어떤 표현을 자주 쓰는지, 조카의 말에 어떤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지 귀 기울여 보세요.”

그나저나 이 글의 제목은 뭘로 해야 할까요? 저자의 말에 따르면 ‘카피’는 쉽고, 구체적이며 선명해야 한다는데... 곽아람 Books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