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스파이더 맨 시리즈를 관통하는 이 명대사만큼 ‘아마존 언바운드’(퍼블리온)에 잘 어울리는 메시지는 없을 것이다. 만일 당신이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긴 휴가를 얻는다면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800장이 넘는 벽돌 책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존을 다룬 책은 이미 많다. 지금 세어보니 내 방 책장에도 네 권이나 있다. 하지만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 블룸버그 뉴스테크 전문 기자로 일하는 브래드 스톤은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라는 훌륭한 책을 2013년에 출간한 바 있다. 그런데 저자는 그 후 10년 동안 아마존과 제프 베이조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했던 것 같다.
2010년대 초반의 아마존이 어떤 회사였는지 기억을 떠올려보자. 온라인에서 쇼핑하는 경험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회사이자, 전자 책 시장을 열어젖힌 선두 주자였다. 오프라인 기반으로 돌아가던 유통업과 출판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기업.
그런데 10년이 지나고 나니 아마존은 음성 기반 컴퓨팅 플랫폼인 스마트 스피커, 계산대가 필요 없이 자동 결제가 이루어지는 오프라인 매장을 전 세계 최초로 만든 혁신 기술 회사가 되었다. 갈퀴로 쓸어 담듯 영업이익을 올리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할리우드와 협업해서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진출했다. 기술과 글로벌 두 가지에 집중한 결과, 2012년 말 약 150조원이었던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현재 약 1700조원으로 10배 이상 뛰어올랐다.
하지만 밝음과 그림자는 서로 떼어낼 수 없는 것처럼, 아마존의 압도적 영향력 이면에는 셀 수 없이 크고 작은 실패가 따개비처럼 달라붙어 있다. 베이조스는 그림자를 담담히 받아들인다. 2019년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제 삶은 거대하게 이어진 실수들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 점에서는 제가 비즈니스 업계에서 유명한 편입니다.”
전문 기자의 집요하고 방대한 취재가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능력과 결합할 때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역작이다. 박소령·퍼블리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