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헤르만 헤세 지음|김윤미 옮김|북하우스|408쪽|2만2000원
괴테와 니체, 토마스 만까지. 음악에 대한 남다른 식견을 지니고 있었던 독일 문호는 적지 않다. 194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헤르만 헤세(1877~1962)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릴 적부터 바이올린을 배운 헤세는 자기 작품에도 음악인을 등장시키거나 음악과 관련된 구절을 즐겨 넣었다. “우리는 고전음악을 문화의 정수이자 화신으로 여긴다”고 했던 ‘유리알 유희’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그의 시에 동시대 작곡가들이 곡을 붙인 노래만 2000여 곡에 이를 만큼 음악적인 작가이기도 했다.
헤세가 음악에 대해서 쓴 소설과 시, 수필과 편지 등을 모은 책. 그가 남다른 점이 있었다면 아마도 문장 위로 음표가 들릴 것만 같은 감수성일 것이다. 카덴차(협주곡의 화려한 솔로 연주)에 대해 한국어판 두 쪽(25줄)에 이르는 긴 문장 딱 하나로 묘사한 ‘카덴차에 대한 한 문장’은 이렇게 끝난다. “솟구쳐 날아올라 범접할 수 없는 경지의 것을, 실로 비르투오소의 황홀경에서는 만날 수 없는 것을 경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