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큰 발자국
롭 시어스 지음 | 톰 시어스 그림 | 박규리 옮김 | 비룡소 | 96쪽 | 1만8000원
세계 인구는 80억명. 1년에 1조8000억개의 달걀, 8400억리터의 우유, 1억6000만톤의 토마토를 먹는다. 150억 그루의 나무를 베고 35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엄청난 숫자이긴 한데…. 수천만이나 수천억 같은 숫자는 사실 체감이 잘 안 된다. 하지만 만약 모든 인간을 뭉쳐 단 한 명의 거인 ‘대왕인간’으로 만들 수 있다면? 이 책은 이 기발한 상상에서 출발해, 인간이 지구 위 생물 및 생태계와 맺고 있는 관계를 직관적으로 눈앞에 펼쳐 보여준다.
온 인류를 뭉친 대왕인간의 키는 약 3㎞, 몸무게 2억9000만톤. 전 세계 4000마리도 안 되는 호랑이를 뭉치면 대왕인간 엄지 손톱 정도 크기의 대왕호랑이가 되고, 9만7500마리 기린을 뭉친 대왕기린은 대왕인간 발목쯤 닿는 키가 된다. 시간의 흐름으로 비교하면 인구 팽창과 동물 감소는 더 극적이다. 인구가 10억명이던 1800년대 대왕인간은 코끼리 2600만마리를 뭉친 대왕코끼리보다 살짝 컸지만, 지금 인구는 8배로 늘었고 코끼리는 50만마리가 채 안 된다. 대왕인간은 매년 60㎦ 부피의 구덩이를 파 모래와 진흙, 광물을 채취한다. 나무를 베고 석유·석탄을 태운다. 그 결과 지구도 인간도 더 자주 아프고, 동물은 계속 줄어든다.
책은 자연스레 더 많은 나무를 심고, 바닷속 플라스틱 쓰레기를 치우며, 생태계 복원 지역을 늘려가자고 말한다. 대왕인간은 이런 노력을 “지구에 진 빚을 갚는 일이며, 인간 스스로 훌륭한 종족이라 자부하게 되는 길”이라고 부른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80억 인간의 생태 발자국을 이처럼 생생하게 보여 주는 책은 없다”고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