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와 천황

이마타니 아키라 지음 | 이근우 옮김 | AK | 396쪽 | 1만3800원

15~16세기 일본 센고쿠(戰國) 시대의 혼란을 수습하고 패권을 잡은 오다 노부나가와 그 뒤를 이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왜 스스로 일왕(일본 명칭은 ‘천황’) 자리에 오르지 않았는가? 오다는 반대파와 화평을 유지하고 자기 권위를 세우는 데 ‘천황’을 이용했고, 도요토미는 꼭대기에 늘 ‘천황’이 앉아 있는 체제를 구상했다.

14세기에 크게 꺾였던 일왕의 권위는 센고쿠의 분열기를 거치며 여러 세력의 구심점으로 회복됐기 때문이다. 일본 중세사 전문가인 저자는 “다이묘(지방 유력자)들이 그를 초월자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지 천황 자신의 힘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이후 일왕은 에도 시대에 다시 정치적 영향력이 제한된 대신 종교적 권위가 커지게 됐다고 해석한다.

이 책은 1500년 동안 혈통이 이어지는 일본 왕가의 장기 지속 비결을 파고든다. 일왕과 귀족들의 조직인 공가(公家), 그리고 장군과 무사들의 조직인 무가(武家)가 병존하는 일본 특유의 정치 제도는 왜 오래갔을까. 무가 측이 보기에 일왕은 장군 임명과 관위 수여 등으로 무형의 권위를 주는 존재였고, 결국 정치 시스템 안에 편제할 수밖에 없는 필요 불가결한 보완물이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