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부자 되는 기분이 이런 거려나? 자잘한 스트레스에도 초연해지고, 회사 일이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인지분리가 가능해졌다. 맘에 드는 남자랑 썸 탈 때처럼 기분이 붕 뜨고, 아직 통장에 꽂힌 돈도 없는데 뭔가 스스로에게 보상해주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 큰 시드는 아니지만 수익률이 300% 가까이 오르니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미디어창비

브랜드 마케터 홍민지씨가 쓴 에세이 ‘일희일비의 맛’(드렁큰에디터) 중 한 구절.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기록하며 제작사 주식이 덩달아 상종가를 치던 2020년 초의 심경을 적었다. ‘이게 바로 주식하는 재미’라는 부제를 달고 지난 7월 나온 이 책은 30대 여성이 당근마켓 앱으로 옷이며 신발 등을 팔아치우고 종잣돈 200만원을 마련해 ‘주식 쇼핑’에 나선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7월 출간돼 중쇄를 찍었다.

에세이 형식을 띤 주식 투자서가 속속 출간되고 있다. 선물·옵션 등의 개념을 설명하거나 성공 비결을 가르치는 교과서 형식에서 벗어나 상승장과 하락장에서 뿌린 웃음과 눈물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지난해 주식시장 호황과 에세이 열풍이 맞물리면서 빚어낸 결과다. 30~40대 여성 저자가 또래 여성 독자를 겨냥해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특징. ‘일희일비의 맛’을 기획한 남연정 드렁큰에디터 대표는 “재테크·주식 책은 보통 남성 독자가 많은데, 지난해엔 남녀 구분할 것 없이 투자에 뛰어들었다. 여성들이 공감대를 형성할만한 재테크 책을 고민하다가 투자 에세이를 내게 됐다”고 했다.

지난 10월 나온 ‘돈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위즈덤하우스)는 8년 차 회사원 설인하씨가 주식·비트코인 등으로 월급을 불리려 분투한 이야기.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도 있다”며 재테크를 유일한 희망으로 삼는 요즘 ‘개미’들의 희로애락을 털어놓았다. 이선희 위즈덤하우스 편집자는 “시중의 책에서 하는 투자 이야기는 수익률이 크고 남성 중심으로 치우쳐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MZ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생활밀접형 투자기를 내고 싶었다”고 했다.

이 밖에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주택 마련을 강조한 ‘자기만의 방 마련하는 법’(볼리 지음, 참새책방)이 지난 11월 출간됐고, 예금에 머무르지 말고 다양하게 투자하라고 안내하는 ‘오늘부터 돈독하게’(김얀 지음, 미디어창비)도 중국어판을 계약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욜로(YOLO)’를 외치며 순간을 즐기던 여성이 문득 ‘경제적 자유’의 중요성을 깨닫고 투자 전선에 나서는 스토리 전개가 이러한 투자 에세이에서 두드러지는 공통점이다. 이지은 미디어창비 팀장은 “비혼 및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예전에는 결혼하고 나서야 비로소 경제적 독립을 생각하던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노후 대비와 내 집 마련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추세를 반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