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아이즈|사만타 슈웨블린 지음|엄지영 옮김|창비|364쪽|1만6000원
가까운 미래에 ‘반려 인형’이 생길지 모른다. 소설 속 ‘켄투키’는 토끼, 팬더, 부엉이 등 여러 동물 모습을 한 인형 로봇. 사람들은 켄투키를 집 안에 사 들이고 초연결 사회에서 새로운 관계 맺기를 모색한다. 규칙은 켄투키를 소유하는 사람과 조종하는 사람이 다르며, 서로가 서로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것. 매칭은 온라인에서 무작위로 이뤄진다. 인형 눈을 통해 조종자는 소유자 삶의 경험을 공유한다. 인형을 조작하며 울음소리도 낼 수 있다.
예컨대 소설에서 독일에 사는 젊고 매력적인 여성 에바가 집에 들인 토끼 모양 켄투키를 조종하는 사람은 남편과 사별하고 적적해하는 페루의 노년 여성 에밀리아다. ‘조종자’ 에밀리아는 켄투키를 통해 ‘소유자’ 에바의 삶을 엿보며 그의 젊음을 동경한다. 그리고 켄투키를 움직이며 애정을 갈구한다.
익명인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집 안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반려 인형 서비스 안에서 관심과 관음, 선의와 악의가 뒤섞인다. 켄투키의 눈을 통해 남미의 한 소녀가 납치·감금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유럽인 조종자는 동료와 함께 소녀를 구출하기 위해 움직인다. 켄투키에게 가하는 성적 학대는 인형을 넘어 조종자에게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 소유자가 죽자 켄투키를 조종해 테라스 밖으로 몸을 던져 자살하게 하는 조종자도 생긴다.
지난해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후보에 오른 이 소설은 반려 인형 서비스를 이용하는 10여 명이 겪는 섬뜩한 일화를 나열한다. 기술을 통해 타인과 새롭게 맺어지는 관계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비대칭 관계는 어쩔 수 없이 권력과 위계를 부른다고 주장한다. 이미 소셜미디어에서 조리돌림과 마녀사냥이 횡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