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주가 급강하했다. 겨울바람은 두툼한 패딩을 뚫고 파고든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시집을 편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73)이 신작 다섯 편과 그간 쓴 시를 다듬고 고쳐 모아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마음산책)를 최근 냈다. 시집 제목은 그가 쓴 같은 이름의 시(詩) 첫 구절. 달을 바라보며 생각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마음은 바로 사랑일 것이다. 그는 “사랑은 늘 새로 태어나는 말”이라고 썼다. 온기가 필요한 계절, 사랑이라는 무한 동력으로 마음의 온도를 올려줄 시집 다섯 권을 그가 추천했다.

제목저자출판사
시 보다 2021김리윤 등 9인문학과지성사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이원하문학동네
천개의 아침메리 올리버마음산책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올라브 하우게봄날의책
김수영 시 전집민음사

‘작고 단단한 부리가 날씨보다 빠르게 열매의 형태를 해체하는 것을/ 몇 세기 동안 멍하니 바라보았지요// 언니야/ 새들의 잠은 얼마나 깊을까/ 새들은 한쪽 눈만 감고 반쪽짜리 잠이 든대/ 잠이 쏟아지도록 먹이고 싶어/ 불을 꺼주고 이불을 덮어주고/ 실컷 자고 난 새들에게 다시 따뜻한 것을 먹이고/ 무엇으로 만든 이불이어야 저 작은 몸에도 무겁지 않을까’

‘시 보다 2021′(문학과지성사)에 실린 김리윤의 ‘작고 긴 정면’ 부분. 나는 이 시를 읽고 나서 네 권의 시집을 찾았다. 맨발로 사는 새들은 서리에 발자국을 남긴다. 찬 서리가 녹으면 서리보다는 높은 온도의 이슬이 된다. 너에게서 얻은 사랑이 타인을 향한다. 시인들은 ‘그해’가 될 겨울, 새들 곁에 있다.

김용택 시인/마음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