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이야기

디어드라 마스크 지음 | 연아람 옮김 | 민음사 | 496쪽 | 1만8000원

한국이 ‘지번 주소’를 써왔던 것은 일제 시대 영향이다. 일본과 달리 서양은 ‘도로명 주소’를 사용한다. 한 영국인 학자는 어린이들이 글씨를 처음 배울 때 네모 칸에 맞춰 쓰기를 연습하는 일본에서는 자연스레 지번으로 구획했고, 서양은 줄에 맞춰 알파벳을 쓰다 보니 선형인 길을 중시하게 됐다고 분석한다.

미국 변호사인 저자는 세계적으로 도로명이 없는 곳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주소에 관심을 갖는다. 주소는 언제 만들어졌을까?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로마 제국에도 정작 도로명 주소는 없었다. 집집마다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기 위해 근대 국가가 발명해낸 것이다. 주민끼리 알고 지내 주소가 필요 없는 미국 일부 지역은 정부가 부여하는 주소를 여전히 거부한다고 한다. 인도 콜카타에서는 300여 년 전부터 주소를 사용하면서 사망 원인 통계가 가능해졌고 콜레라 등 전염병을 막을 수 있었다. 터치 한 번이면 무엇이든 집 앞으로 배달되는 시대, 책장을 넘기다 보면 주소의 위력을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