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카 실 지음, 박세연 옮김

솔로 워커

리베카 실 지음|박세연 옮김|푸른숲|292쪽|1만6500원

한국 프리랜서 규모는 4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프리랜서는 아니지만 홀로 재택근무하는 사람들도 코로나로 급증했다. 통계청은 지난달 이들이 코로나 2년 사이 12배로 폭증하며 114만명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솔로 워커’는 늘어나고 있지만 홀로 일하기란 쉽지 않다. 영국 ‘업저버’ ‘파이낸셜타임스’ ‘가디언’ 등에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10여 년째 기사를 써온 저자는 꼬집는다. “솔로 워커가 된다는 것은 쉴 새 없이 일하고, 항상 대기하고, 시시때때로 이메일을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는 수십명의 상사가 생긴다.” 홀로 일하니 외로운 데다가 과로와 번아웃의 위험에도 더 쉽게 노출된다고 한다.

흔히 집에서 일하면 언제든지 쉬거나 게으름을 피우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한국에서 프리랜서는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46.4시간으로 전체 취업자 평균보다 1.6시간 길다. 저자는 프리랜서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전한다. “직장인보다 적게는 일주일에 2시간, 많게는 14시간까지 더 일하고 휴일은 더 적다. 일주일에 65시간까지 일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높은 불확실성과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그들에게 긴 노동시간은 더 높은 수입과 더 큰 생존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과 삶의 균형, ‘워라밸’은 찾기 힘들다.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조직에 속해 일할 때는 갖춰진 시스템이 있다. 언제 어디서 얼마나 일해야 하는지 규정이 있다. 야근하면 야근 수당이 있고, 정해진 휴가 기간도 있다. 프리랜서는 자유를 얻지만, 이런 시스템을 빼앗긴다. 재택근무자는 이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함정에 빠져 있다. 회사에 출근하면 근태에 따라 ‘출석 점수’를 받겠지만, 집에서 일하면 오직 결과로만 평가받게 된다. 결과는 ‘과로’다. 저자는 묻는다. “자신 외에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이 없을 때, 솔로 워커는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가.”

프리랜서 같은 1인 근로자의 삶은 상상만큼 아름답지 않다. 더 오래 일하고, 돈은 덜 번다. 외로움이 엄습하고 끊임없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저자는“돈보다 시간이, 일보다 내가 소중하다”고 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불안과 초조함에 오래 일한다. 그런데 생산성 전문가들은 오래 일할수록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두렵고 억압된 느낌을 받는 상태로 오랜 시간 일하다 보면 심리적 터널에 갇히게 된다. 아이큐가 13~14포인트 낮아진 듯한 상태가 된다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고독도 문제다. 혼자 일하는 과정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 선택은 비즈니스 성과는 물론, 심리적·육체적 건강까지 좌우한다. 이렇게 중대한 선택을 내려야 할 결정권자가 오직 자기 자신뿐이다. 매일 점심 ‘혼밥’은 일상이다. 함께 상사나 부하 직원 욕을 할 동료와 선후배도 없다. 과정이 아닌 결과로만 평가받고, 바닥을 알 수 없는 망망대해에서 가라앉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발을 놀려야 한다. 자발적으로 과로하고, 맘 편히 쉴 틈조차 없다.

그래서 책은 ‘미치지 않고’ 혼자 일하는 노하우를 전수한다. 실질적인 위기 해결법을 알려준다. 주로 지금보다 더 짧게 일하면서도 더 많은 결과물을 내는 방법에 대한 것들이다. 루틴 세우기, 내적 동기 부여하기, 업무시간 조절하기, 할 일 목록 작성법 등 자유로운 환경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1주일에 2시간은 자연을 접하라. 적당히 일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고 효율적이다. 돈보다 시간이 더 소중하다. 일은 나보다 소중하지 않다.”

저자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이 문장일 것이다. “먼 미래를 내다보는 대기업 CEO와 마찬가지로 솔로 워커에게는 회사의 구성원, 즉 자신의 행복을 지킬 책임이 있다. 효율적이고 행복하게 일하자. 그게 전부다.”

프리랜서의 몸과 마음을 챙기는 책이지만, 불뚝 성질을 못 이기고 퇴사를 고민하는 이에게 권한다. 자유는 쟁취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유가 성공·행복·편안함 따위와 동의어가 아님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