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시종 장편소설

황무지에서

백시종 지음|문예바다|400쪽|1만2000원

경기 양평군 지평에 있는 ‘지평한의원’은 조씨 집안이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에서 비밀스러운 역할을 했다. 주인공 조수익의 증조부는 전국 포수들에게 유교 윤리와 애국 정신을 가르치던 조선 선비였다. 일본군이 침략하자 400여 명에 이르는 포수를 집 마당에 모은다. 1906년 정미의병의 시작이었다.

아버지는 상해 임시정부 간부로 활동하다 이승만에게 충성하는 악질 경찰에게 암살당했다. 조수익은 집안 내력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한의원을 이끄는 큰형은 “집안 재산이 거덜 났다”며 그를 꾸짖는다. “세상 흐름 역류해 가면서 힘들게 살지 말자”는 것이다. 해방되고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도 조수익의 눈은 전쟁으로 헐벗은 국토를 향한다. 그는 산림 녹화 사업에 생애를 바친다.

역사·기업·환경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 작품들을 50여년간 꾸준히 써내며 김동리문학상·채만식문학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 백시종의 서른네번째 장편. 실제 의병운동이 있었던 지역에 허구를 덧씌운 역사 소설로, 가족 이야기를 통해 황폐해진 이 땅에서 어떻게 꽃이 필 수 있었는지 보여준다.